[흔들리는 경제검찰]① "사실상 전속고발권 폐지"…檢 존재감에 공정위 입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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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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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의무고발요청 혹은 자체적으로 공정거래 범죄 수사

  • 전 공정위 부위원장 "검찰, 현재 법규정 제대로 안 지켜"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제쳐 놓고 기업 수사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검찰의 서슬에 경쟁당국의 입지가 축소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 검찰의 공소 제기가 가능한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공정위의 속앓이가 커지는 이유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고발 요청 건수는 10건으로 2013년 의무고발요청제 도입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 고발 요청이 5건 이하, 2021년에는 한 건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례 없이 높은 수치다.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다. 다만 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수사를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추가 도입됐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도 검찰총장 등이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고발 요청도 없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빈번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바뀐 풍경이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범죄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신념을 등에 업은 검찰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첨병을 자임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삼성 계열사와 네이버, 호반건설 등 주요 대기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줄줄이 기소하고,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까지 자체 수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 6일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사흘 뒤인 9일 영장을 받아냈다. 새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구속된 첫 사례다.

검찰이 기세충천할수록 공정거래법 관련 사안에 대한 공정위의 주도권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도 전속고발권 무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거래 범죄는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검찰이 공정위 고발 없이 자체적으로 수사하면서 현재의 법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검찰의 수사 활동 범위를 보면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발주한 '전속고발권 및 고발요청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고발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개정안에서 전속고발권은 존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 권한은 축소될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은 공정위를 공정거래 분야의 경제 부처가 아닌 사법기관으로 규정한 바 있고, 의무고발요청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이다. 향후 검찰의 입김은 더 세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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