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SM과 하이브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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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2-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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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시장은 냉정하다. 가끔 지나친 기대감에 주가를 과도하게 높일 때도 있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아 적정가격으로 되돌린다. 특히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때면 시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주식을 본래 가격으로 되돌린다. 주가 추이야말로 최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평가인 셈이다.

근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흐름은 이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9일 9만8500원이던 SM 주식 종가는 10일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자 수직 상승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한 주가는 지난 16일 13만1900원으로 마감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이 주가를 견인했지만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10% 가까이 상회한 배경에는 달라질 SM에 대한 기대감도 자리한다. 이수만 전 총괄이 편취한 것으로 의심되는 회사 이익이 달라진 SM에서는 주주들에게 제대로 환원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경영진과 하이브는 기대감을 배신했다.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열흘간 기업의 과실을 주인인 주주들과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었다. 폭로와 여론전, 법정 다툼만 난무했다. 결국 실망감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22일 주가는 12만1100원으로 떨어졌고 23일에도 52주 최고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SM 경영권 분쟁은 아무리 용을 써봤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액주주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경영권 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SM 소액주주 지분율은 70.53%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액주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경영진과 하이브는 착각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인 상황에서 문화산업 미래와 정통성이나 따지고 앉아 있으니 아주 단단히 착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관심사는 주주환원이다. 특히 이 전 총괄이 독식하던 기업의 성장 과실을 앞으로 어떻게 나눌 것인지야말로 최대 관심사다. 지금부터라도 이들 소액주주 관심사에 부합하는 맞춤형 비전을 제시해야 경영권 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SM 경영진은 다소나마 정신을 차린 모양새다. SM은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주당 1200원을 배당하고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는 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제라도 회사의 진짜 주인을 위한 안건을 제시한 만큼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일회성 깜짝 배당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는 어렵다. SM은 상세하고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통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해야 한다.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 역시 신속하게 주주환원에 대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 또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 전 총괄과 관계 및 계약내용에 대해서도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명분이나 당위성은 다른 곳에서나 찾길 바란다.

시계를 되돌려 2022년 3월을 보면 답이 있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803만여 주 가운데 약 653만주의 지지를 얻어 감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SM의 비정상적인 이익 배분 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얼라인 측 명분을 소액주주들이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영진과 하이브가 부디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을 잊는 과오를 저지르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진짜 주인을 위한 다툼을 벌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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