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시 오류, 단순 해프닝 아닌 느슨해진 책임의식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승우 기자
입력 2023-02-22 15: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이재빈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기업정보전자공시시스템(공시)을 보다보면 기재된 내용이 엉망인 회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소액공모를 하려는 A회사에 선임된 대표이사 나이는 만 1세,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B회사는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파트너사를 자본잠식됐던 회사로 만들었다.
 
이들 회사에 대한 취재 결과, 공시 책임자들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모두 단순 기재오류라고 해명했다. 특히 기재했던 내용 중에서 오타를 수정 중이고, 그렇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금감원은 인력적인 한계로 인해 모든 공시를 일일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가 파악되는 대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조치하는 식이다.
 
이같은 기재오류를 단순 해프닝이라고 넘기는 업계 관행과 공시 담당자들의 책임의식 부족, 금융당국의 안일한 확인절차까지 더해져 낳은 결과로 보인다.
 
공시제도는 기업의 중요 정보(영업실적·재무상태·합병·증자 등)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기·수시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공시의무를 가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법인뿐만 아니라 비상장 법인도 공시를 하기도 한다.
 
사업상 공개하기 힘든 구체적인 계약사항이나 기업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사안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공시하는 건 아니지만 공시에는 기업들의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다. 이에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는 개인투자자가 다양한 기업의 중요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된다.
 
잘못된 공시가 올라오면 투자자는 정정되기 전까지 해당 공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피해를 보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책임소재는 투자자 개인 몫으로 돌아간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투자의 기본이 공시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얘기할 만큼 투자에서 공시의 중요성이 크다. 이는 공시되는 사안들에 대해 그만큼 정확한 정보가 담겨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공시 책임자나 그걸 관리감독한다는 금융당국이 잘못된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는 것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해당 회사를 몰랐던 본 기자 역시 보자마자 이상하다고 느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 국내증시 유입현상) 이후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바른 공시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느슨해진 공시체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줄 엄격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동학개미가 불명확하거나 잘못된 정보 따위를 받아야 하는 호구(虎口)는 아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