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폴란드발 대형 거래를 발판으로 최대 수출실적을 경신한 ‘K-방산’이 최근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쓴잔을 마셨다. 올해에도 대단위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던 터라 이번 수주 실패에 유난히 관심이 쏠렸다.
국방부도 ‘K2전차’ 수주 실패가 쓰라렸는지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이번 수주 결과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규정하면서 올해 K-방산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에둘러 보여준 행보다.
잘 알다시피 방위산업은 기업의 능력 외 국가적 역량이 크게 개입하는 특수 분야다. 정치‧외교적 지형에 좌우되기 때문에 K-방산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응당 정부와 업체가 합심하는 ‘원팀’ 그 이상의 역량을 필수 조건으로 갖춰야 한다.
이번 노르웨이 수주 결과도 좋은 표본이다. 우리의 K-2전차는 자타공인 높은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지만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유럽의 나토(NATO) 공동체를 고려할 때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안보 핵심으로 두며 미국산 무기를 최우선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한편으로는 우리 방위산업의 ‘잭팟’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특수에 기인한 한계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유럽 방산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필요한 무기를 적시에 공급하지 못하면서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이러한 기회요인은 나중 우리의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크게 늘어난 수요를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신뢰가 불신으로 단숨에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주잔고에 기뻐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적시 양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방위산업의 흥망성쇠를 언급할 때 단골 소재인 미국 더글라스사의 사례는 지금도 유효하다. 더글라스사는 2차 세계대전에서만 3만대 이상의 항공기를 납품하며 세계 최대 군수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종전 이후 거래 급감에 대비하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협받았다. 궁여지책으로 민수용 항공기를 생산하던 맥도넬사와 합병하며 명맥을 이어갔으나, 1990년대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결국 1997년 보잉사에 흡수합병돼 역사의 뒤안길을 걷고 만다.
미국 방위산업업체들은 더글라스사의 흥망성쇠를 발판 삼아 로비라는 ‘필살기’를 장착하며 생존을 담보했다. 나토의 회원국 확대를 위한 천문학적 로비부터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마다 미국 정부를 발판 삼아 교묘하게 이윤을 확대해나갔다. 여기에 업체들마다 대형 통합을 선택하며 군수산업의 효율화와 독과점 체계까지 구축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세계 군수산업을 평정한 힘이 단순히 첨단 무기 보유와 규모의 경제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체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K-방산은 인력 규모가 해가 다르게 줄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별반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핵심부품의 국산화는 장담할 수 없고 우리 무기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의 손이 어디로 향할지 불안한 구석도 있다. 자칫하다 힘들게 잡은 기회를 신기루처럼 날려버릴지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우리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일본이 정부 주도의 방산 수출 확대를 공언하고 나섰다. 일본의 부상은 K-방산을 위협하는 강적의 출현이기도 하다.
결국 K-방산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자신해서는 안 된다. 자신감은 좋지만 객관성을 상실한 막연한 믿음은 위험한 일이다.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정책 지원,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어우러져야 그나마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꺼내든 세계 4대 방산대국 도약도 실현 가능한 대단한 비전처럼 들리지만 냉혹한 시장 논리를 고려할 때 아직은 때가 차지 않은 샴페인 따기가 아닐까.
국방부도 ‘K2전차’ 수주 실패가 쓰라렸는지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이번 수주 결과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규정하면서 올해 K-방산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에둘러 보여준 행보다.
잘 알다시피 방위산업은 기업의 능력 외 국가적 역량이 크게 개입하는 특수 분야다. 정치‧외교적 지형에 좌우되기 때문에 K-방산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응당 정부와 업체가 합심하는 ‘원팀’ 그 이상의 역량을 필수 조건으로 갖춰야 한다.
이번 노르웨이 수주 결과도 좋은 표본이다. 우리의 K-2전차는 자타공인 높은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지만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유럽의 나토(NATO) 공동체를 고려할 때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안보 핵심으로 두며 미국산 무기를 최우선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반대로 이러한 기회요인은 나중 우리의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크게 늘어난 수요를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신뢰가 불신으로 단숨에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주잔고에 기뻐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적시 양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방위산업의 흥망성쇠를 언급할 때 단골 소재인 미국 더글라스사의 사례는 지금도 유효하다. 더글라스사는 2차 세계대전에서만 3만대 이상의 항공기를 납품하며 세계 최대 군수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종전 이후 거래 급감에 대비하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협받았다. 궁여지책으로 민수용 항공기를 생산하던 맥도넬사와 합병하며 명맥을 이어갔으나, 1990년대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결국 1997년 보잉사에 흡수합병돼 역사의 뒤안길을 걷고 만다.
미국 방위산업업체들은 더글라스사의 흥망성쇠를 발판 삼아 로비라는 ‘필살기’를 장착하며 생존을 담보했다. 나토의 회원국 확대를 위한 천문학적 로비부터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마다 미국 정부를 발판 삼아 교묘하게 이윤을 확대해나갔다. 여기에 업체들마다 대형 통합을 선택하며 군수산업의 효율화와 독과점 체계까지 구축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세계 군수산업을 평정한 힘이 단순히 첨단 무기 보유와 규모의 경제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체득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K-방산은 인력 규모가 해가 다르게 줄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별반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핵심부품의 국산화는 장담할 수 없고 우리 무기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의 손이 어디로 향할지 불안한 구석도 있다. 자칫하다 힘들게 잡은 기회를 신기루처럼 날려버릴지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우리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일본이 정부 주도의 방산 수출 확대를 공언하고 나섰다. 일본의 부상은 K-방산을 위협하는 강적의 출현이기도 하다.
결국 K-방산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자신해서는 안 된다. 자신감은 좋지만 객관성을 상실한 막연한 믿음은 위험한 일이다.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정책 지원,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어우러져야 그나마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꺼내든 세계 4대 방산대국 도약도 실현 가능한 대단한 비전처럼 들리지만 냉혹한 시장 논리를 고려할 때 아직은 때가 차지 않은 샴페인 따기가 아닐까.

[김상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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