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막 오른 '거짓말 혐의' 재판, 이재명 대표 운명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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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임교수
입력 2023-02-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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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될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는 구속 여부보다 더 긴박한 사법 리스크가 놓여 있다. 3월 3일 시작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최근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3, 17, 31일을 공판 기일로 지정했다. 2주일마다 재판이 열린다.  이 재판에는 피고인인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해야 한다. 

 

재판 결과는 이 대표 정치적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르게 된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나와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국회의원직도  즉시 박탈된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혐의로 기소됐으나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이번에도 ‘거짓말 혐의’를 무사 통과할까?

 

"김문기씨 모른다" 거짓말 여부가 쟁점

 

이 대표는 작년 9월 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한 부분이다. 또 하나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하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한 부분이다. 

 

두 혐의 가운데 ‘국토부 협박’ 여부는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용도 변경 문제에 대해 ‘성남시가 잘 알아서 판단하라’고 보낸 공문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에 협박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재량권을 준 셈이니 ‘국토부 협박’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반면에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게 허위 사실, 즉 거짓말인지는 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말할 당시 허위 사실인 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허위 사실의 인식’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말할 당시에는 허위 사실의 인식이 없었다면, 즉 거짓말인 줄 몰랐다면 허위 사실 공표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대표가 허위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앞으로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검찰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몰랐다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고 이 대표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아 모른다고 했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럼 허위 사실 인식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2005년 7월 22일 판결에서 허위 사실 인식 여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위자가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성질상 외부에서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행위자가  허위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는 사람의 마음속 일이라 외부에서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우니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속 의사는 ‘겉으로 드러난 정황으로부터  추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형법의 기본 원리이다. 대법원 판결도 이 원리를 말한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거짓말 판단 기준으로 보면


이 원리를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말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 대표는 김문기씨 등 10명과 함께 2015년 1월 6~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같이 갔음이 당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드러났다. 동영상에는 이 대표와 김씨가 농담하는 장면도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인 2009년 6월부터 김씨를 알고 지냈고, 두 사람이 2009년 8월 26일과 12월 1일 정책 토론회에 함께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2013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이후 2016년 4번, 2017년 2번, 2018년 1번 등 총 7번에 걸쳐 이 대표에게 대장동 관련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2017년에는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할 때 김씨가 3차례 동석했다고도 했다. 이런 자료들은 대법원이 허위 사실 인식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제시한 ‘소명 자료의 존재 및 내용’에 해당한다. 

 
반면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2021년 12월 22일 SBS)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2021년 12월 24일 CBS), “얼굴도 모르고”(2021년 12월 27일 KBS), “얼굴이야 봤겠지만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아느냐” (2021년 12월 29일 채널A)라고 김문기씨를 모르거나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 인터뷰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네 번이나 말했고, 내용도 애매하지 않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는 대법원이 고려 요소로 제시한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공표 경위와 시점’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해 중앙대를 나왔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도 지냈다. 학력과 경력 등으로 볼 때 기억력이나 사리분별력이 일반인보다 나으면 낫지 못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대법원이 고려 요소로 제시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에 해당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이 대표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소명 자료의 존재와 내용, 이 대표가 네 번이나 방송에 나와  ‘모른다’고 한 공표 경위 및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이 대표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 등 사정을 종합할 때  이 대표가  도저히 김문기씨를 몰랐거나 기억에 없을 수는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할 당시에는 정말로 기억이 안 났을 수도 있다고 해야 할까? 상식적 판단의 문제다. 법원도 상식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친형 강제 입원' 논란 무죄 판결 재연될까


이 대표는 허위사실공표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2020년 대법원 판결이 이번에도 재연되기를 바랄지 모른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형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2심은 유죄로 인정하고 이 대표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됐더라면 이 대표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0년 7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무죄 취지로 2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대법관 12명 중 7명은 무죄 의견(다수 의견), 5명은 유죄 의견(소수 의견)이었으나 다수결에 따라 무죄로 결정됐다. 당시 권순일 대법관이 무죄 판결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4개월 뒤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들어가 월 1500만원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다수 의견은 후보자 토론은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만큼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선거 토론에 법이 너무 쉽게 개입하면 ‘숨 쉴 공간’이 사라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 처벌은 "적극적,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때에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표 발언은 계속되는 공격과 방어의 토론 과정에서 "즉흥적, 돌발적으로" 나온 것이라 후보자 토론의 취지와 기능을 고려할 때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후보자 토론에서 허위 사실 유포는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해 선거제도의 본래 기능을 훼손한다고 했다. 다수 의견과 같이 적극적·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게 아니라고 해서 면죄부를 준다면 후보자 토론회가 본래 기능을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발언 맥락을 전체적으로 볼 때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의 대립에서 보듯 ‘강제 입원 발언’ 무죄 판결은 후보자 간에 치열한 공격과 벙어가 벌어지는 토론회라는 특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또한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가 적극적·일방적이었느냐, 즉흥적·돌발적이었느냐를 중시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한 것은 후보자 토론이 아니라 방송 인터뷰에서다.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들이 서로 공격과 방어를 수차례씩 주고받는 자리다.  방송 인터뷰는 사회자의 준비된 질문에 후보자가 준비된 답변을 하는 자리다. 둘이 성격이 전혀 다르다. 또한 이 대표는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모른다’ ‘기억에 없다’고 했다. 이걸 ‘즉흥적·돌발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친형 강제 입원’ 발언과 같은 자로 잴 수 있을까? 이 점이 향후 재판을 보는 포인트의 하나가 될 수 있다.


100만원 벌금형만 받아도 2027년 대선 출마 불가

공직선거법에 선거 사범 재판은 1심 재판은 기소된 날부터 6개월, 2심은 1심 판결일로부터 3개월, 3심은 2심 판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소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는 3심 재판까지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 대표 재판 1심 결과는 4월 중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판결은 올해 9월 9일 이전에 나오게 된다. 법원이 선거 사범 재판을 1년 이내에 끝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대표 재판도 올해 9월 9일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길게 잡아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는 끝날 것이다. 

 

이 대표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형량에 따라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달라진다.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10년간 박탈된다. 벌금 100만원만 선고받아도 2028년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피선거권이 없게 되면 국회의원직에서 퇴직한다’는 국회법 제136조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직도 즉시 박탈된다. 이 대표가 이번에도 ‘거짓말 혐의’에서 벗어날지, 이번에는 거짓말 혐의가 인정돼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게 될지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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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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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대선에 못나오게 하려고 쓰레기 검찰과 구더기 언론이 일심동체 혼연일체로 발악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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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낭기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교묘하게 여론조작을 대놓고 하고 있구나.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거짓말을 아주 대놓고 논설칸에 써놓고 여론 조작질을 하는 쓰레기 집단이지.저런 인간이 처먹는 밥 물 마시는 공기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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