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가로주택에 더 가혹…알짜 입지도 줄줄이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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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수습기자
입력 2023-0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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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찰 전 현설에도 참여 건설사 '0곳'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공사 못 구해서 애간장이 타죠. 입찰 전 현장설명회부터 아무도 안 오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해나갈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지방 A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관계자)

전국 곳곳의 가로주택정비사업장들이 건설사들의 무관심 속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올 들어 시공사선정 입찰을 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한 곳(부산 동래구 낙민1구역) 빼고 모두 건설사 참여 부족으로 1회 이상 유찰됐다. 심지어는 입찰 전 현장설명회부터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구 남구 봉덕동 일신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달 1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현장설명회에 이어 지난 3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도 건설사가 한 곳도 참석하지 않으며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곳은 대구 지하철 1호선 교대역과 영대병원역이 가깝고 봉덕초·경일여고·대구중·고, 대구교대 등이 인근에 있다. 

지난 2일 전북 전주시 우아동3가 728-1일대와 726-1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각각 재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달 26일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728-1일대(0곳), 726-1일대(1곳) 모두 건설사 참여 부족으로 유찰됐기 때문이다. 

'알짜 입지'의 수도권 사업장도 시공사 모시기에 난항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서울 강북구 미아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8월 첫 입찰에 건설사 미참여로 유찰된 지 반년 만인 지난 1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공고를 냈다.

조합 관계자는 "현장 설명회에는 (건설사) 여러 곳이 참석했는데, 막상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조합원들의 실망이 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사업지는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과 도보 5분, 북서울꿈의숲과 10분 거리에 있고 인근에는 송중초, 영훈국제중·영훈고, 창문여고 등이 있다. 

경기 부천시 연곡동 삼원연립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 10일 세 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해 3월 1차 입찰 땐 '컨소시엄(공동참여) 불가' 조건을 걸었으나, 유찰이 반복되자 최근 조합은 컨소시엄도 가능하다고 입찰참가자격을 변경했다. 이곳은 1호선 역곡역 초역세권에 부천동초·동곡초·역곡초·역곡중 등 학군이 우수하다. 경기 안양시 명학시장구역 가로주택정비는 지난 9일 네 번째로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아 또다시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고금리와 자재값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한동안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가 작아 공사비가 비싸고 입지, 분양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연구소장은 "안 그래도 공사비가 오르는데 가구 수가 적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없어 평당 공사비가 더 비싸고, 일반 분양 물량도 적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다보니 중소건설사들까지 시공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장은 "요즘은 규모가 크고 사업성 좋은 곳들도 시공사 구하기가 어려운데, 소규모 사업지에는 더더욱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장들도 지금은 입지 좋은 몇 곳을 제외하고 경쟁 수주는 사라지는 분위기"라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방, 수도권 할것없이 당분간은 사업 진행에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김제경 연구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규모정비사업장은 더 계륵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소규모 가로주택을 난립하기보다는 정비사업을 더 큰 규모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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