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린다는데 난 언제쯤?"···'영끌' 기대출자에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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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박성준·장문기 기자
입력 2023-02-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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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신규 기준 코픽스, 전월보다 0.47% 내린 3.82%

  • 잔액 코픽스는 18개월째 오름세···기대출자 부담 가중

  • 영끌족, 쌓이는 이자부담에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눈길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2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력까지 더해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대출을 진행한 차주들은 울상이다. 코픽스가 신규 기준으론 내리긴 했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오름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변동 주기가 짧아야 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작년 12월(4.29%)보다 0.47%포인트 낮은 3.82%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 변동을 반영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이자 3개월 만에 3%대로 내려섰다. 시중은행들은 16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에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앞서 은행권 대출금리는 내림세를 이어왔다. 은행권 조달 비용인 예금금리가 내려섰고 주담대 주요 근거물인 은행채 6개월물과 신규 기준 코픽스 금리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지난주 한때 3%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 압력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금융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니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예대금리차까지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작년 대출을 실행한 차주들은 이런 금리 인하 움직임에 심경이 복잡하다. 최소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기존 대출 차주들의 금리가 오히려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잔액 기준 코픽스는 3.63%를 기록해 전월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신규 코픽스가 0.5%포인트 가까이 내려선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특히 잔액 기준 코픽스는 2021년 8월(1.04%) 오름세로 전환된 이래 18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험권은 은행보다 2배가량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담대(변동금리·대출기간 10년·LTV 33.3% 기준·아파트담보)를 취급하는 국내 12개 보험사 중 신한라이프(7.41%)·교보생명(7.10%)·ABL생명(7.08%)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를 상회했다. NH농협생명(5.59%)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은 모두 최고 금리 상단이 6%대를 기록했다.

최근 잇따른 대출금리 인하로 신규 대출자 부담만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존 대출자들은 금리 하락 추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하반기에 변동형 금리로 주담대를 실행한 40대 A씨는 최근까지 총 두 차례 금리 조정을 받았다. 최초 대출을 실행할 당시 2% 중반대 금리로 대출을 실행했고 첫 조정 당시 4%까지 금리가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중 금리는 7% 목전인 6.93%까지 급등했다. 금리는 1~2%포인트씩 상승했으나 실제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 규모는 1.5~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대금리 항목을 활용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은 신규 대출 차주가 대상이다. 최근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 역시 취약 차주와 고령층 고객으로 제한돼 있다. 통상 만기 전 대출을 해제할 때 잔액 대비 0.7~1.4% 정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액이 크면 그만큼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서기 전 변동금리로 대출을 실행한 차주들을 올해 2분기나 하반기께 들어서야 금리 하락분이 새로운 금리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특례보금자리론을 찾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영끌'로 서울과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작지 않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환대출을 고려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3일 기준 용도별 신청비율은 △기존 대출 상환 61.7% △신규 주택 구입 30.6% △임차보증금 상환 7.7% 등으로 나타났다.

정책모기지 상품 흥행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물가·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 상황' 자료를 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누적 신청 금액이 1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 1월 30일 출시된 이후 3일 만에 7조원을 돌파했고 출시 9일 만에 신청액 10조원을 넘어섰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나, 공급 목표액인 39조6000억원 중 32%를 보름여 만에 채웠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집값이 9억원 이하라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대출을 갈아타는 데 대한 부담도 없다. 최장 50년까지 일반·우대형 금리로 4.15~4.55%가 적용되는데,우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상황에 따라 최저 3.25%까지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부동산 폭등기에 공격적으로 아파트 매수에 나섰던 차주들의 최근 금리 수준이 6%대에 달해 있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론은 이런 차주들에게 좋은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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