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아수라장 국민의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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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입력 2023-02-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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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닌가",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

얼마전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들이다. 안철수 후보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윤핵관을 언급하면서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비판한데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대개 대통령의 이같이 성난 발언은 공개하더라도 중간에서 참모들이 순화시켜서 전하곤 한다. 그런데 ‘적’이라는 표현까지 그대로 공개한 것을 보면 그만큼 윤 대통령과 그 주변들이 격앙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안 후보의 행태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전달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이 등판한 것은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지금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한복판임을 생각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광경들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비난은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경원에 이어 다시 안철수를 비토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아무리 당비를 월 300만원 낸다 하더라도 참았어야 할 일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은 국민의힘 안팎 곳곳에서 이어진다.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색깔’을 문제삼고 나선 광경은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을 과거 시대의 보수정당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하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과거 발언들이 우리 당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며 “과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부합하는 생각과 소신이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그가 안 후보의 공개 답변을 요청한 질문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나”, “신영복은 위대한 지식인”, “사드배치 국익에 도움 안돼”, “DJ, 햇볕정책 계승하겠다”, “독재자 등소평이 롤모델” 등 대부분이 안 후보가 과거 야당을 하던 시절에 했던 발언들이다.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함께 정치를 했던 기간이 있었음을 국민의힘도 모르지 않았다. 다 알고서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먼저 요청했고 합당까지 한 것이다. 이제와서 말 꼬투리 잡는 식의 색깔 공세를 펴는 것은 너무도 구태스러워 보인다. 오죽하면 함께 출마한 윤상현 후보가 "우리 스스로 그분(안철수)을 영입하고 단일화 해놓고 과거를 공격한다? 이건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것, 자기부정 아닌가"라고 했겠는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광경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으로 하여금 김기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게 하려는 움직임들도 그러했다. 당대표에 출마하려던 나 전 의원을 향해 “친윤을 위장한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말폭탄을 날렸던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비판하며 출마 포기 촉구 성명까지 냈던 초선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을 찾아갔다. “나 대표에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씀도 드렸다”고 한 참석 의원은 전했다.

김기현 후보가 두 차례나 나 전 의원을 찾아간 끝에 결국 두 사람의 오찬 회동이 있었다. 만남이 끝난 뒤 나 전 의원은 “충분히 얘기를 나눴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차마 ‘지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언론으로부터는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준 셈이다. 사진에 나온 나 전 의원의 표정을 보니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처럼 내내 어둡기만 했다. 얼마 전까지 나 전 의원을 때리다가 갑자기 손을 내미는 친윤계를 향해 김웅 의원은 ‘학폭(학교폭력) 가해자의 행태’, ‘개그콘서트’라고 야유하기도 했다.

요즘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진흙탕 싸움이 된 전당대회 광경을 보면서 ‘친이-친박’의 싸움 때보다 더하다는 탄식들이 나온다고 한다. 친이-친박 간의 계파싸움이 보수정당의 궤멸로 이어졌음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교훈을 망각하고 다시 친윤, 비윤, 반윤을 갈라치는 계파정치만이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를 뒤덮고 있다. 누구를 대표로 선출하든, 그런 여당의 모습에서 국민이 어떤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겠는가.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김기현 당대표를 만들어낸들 민심을 얻는 집권여당이 될 수 있을까.

희한한 것은 이제까지 국민의힘 안의 누구도 스스로 ‘반윤’을 자처했던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유승민이야 워낙 윤 대통령과 비판의 각을 세워왔으니 그렇다쳐도, 나경원도 안철수도 모두 입만 열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말하던 정치인들이었다. 설혹 다소 결이 다르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껴안으면서 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느닷없이 ‘반윤’으로 낙인 찍히고 내몰렸다. 영락없는 뺄셈의 정치이다. 덧셈의 정치를 통해 정권의 기반을 확장하려 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된 것이 계속 갈라치면서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충성스러운 친윤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오직 친윤끼리 똘똘뭉쳐 총선에서 승리하고 힘을 얻으리라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청와대를 놔두고 용산으로 왜 옮겼던가. 윤석열 정부가 용산시대의 의미로 내걸었던 것이 ‘국민과의 소통 확대’였다. 그러나 여당의 전당대회를 대통령의 뜻대로 쥐락펴락 하려는 모습은 소통의 축소이다. 이는 용산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라도 용산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손을 떼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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