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 온 고려시대 불상, 부석사 아닌 日 사찰에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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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2-0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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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고법, 지난 2017년 1심 판결 뒤집어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 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 측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7년 1심 재판부가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준 지 6년 만에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이날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330년 서주(충남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이 사건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할 수 있고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당시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간논지 측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려우나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미 취득시효(20년)가 완성된 만큼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번 민사소송이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고 최종적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원고(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석사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서산시에서 지표조사까지 했는데 같은 부석사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조기 반환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작년 6월 심리에서 쓰시마 간논지 주지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간논지가 불상의 소유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주장에 따라 (오늘) 판결이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로서는 아직 반환이 실현되지 않은 불상이 조기에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간논지를 포함한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적절히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의 불상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일본 쓰시마(대마도) 소지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현재는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앞서 부석사는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심 재판부는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당시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항소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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