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시한폭탄] 돈맥경화 우려에 건설사 전전긍긍···HUG도 분양보증사고 압박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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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3-01-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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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F이자 급상승, 상반기 만기 PF 35조원 걱정…미분양 이어지면 자금경색

  • 3년 만에 HUG분양보증 사고 발생…HUG "미분양 관리 지역 개편 작업 등을 진행 중"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3.01.25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국적인 미분양 규모가 6만8000여 가구에 달해 정부가 설정한 '위험선'을 넘어서면서 건설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에 대한 걱정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분양 급증이 자금 경색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만에 대구에서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한 것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부실 사업장 확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할인분양이나 다양한 판촉행사를 통해 미분양 물량 떨어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35조원 규모며 이 중 88.1%에 달하는 32조원이 1분기 내에 만기 도래한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우려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건설사들로서는 늘어나는 미분양 흐름이 가뜩이나 침체된 청약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자금 흐름을 저해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PF 만기 연장 등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무래도 경기가 좋을 때보다 PF 이자율이 평균적으로 2배가량 높아진 상황이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등급과 대출 주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PF 이자율이 지난해 1월께 연 5% 내외에서 현재 10% 정도로 올랐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자금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형 건설사에는 미분양과 PF 만기 도래가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미분양이 준공 후에도 남아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지면 건설사가 당초 세운 분양 계획이 틀어지고 공사비와 같은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사실 건설사로서는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며 “할인분양을 하거나 그마저도 안 된다면 결국 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등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에 속도가 붙으면서 부동산 PF가 거의 중단되는 등 건설업체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2023년 상반기 중 보유 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마케팅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미분양 물량을 떨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지난해 11월부터 10% 할인분양을 하고 있는 데 이어 최근엔 선착순 계약자에게 축하금 400만원과 공기청정기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 후 입주 시점 전까지만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계약금을 전액 환불해주는 계약안심보장제를 선보였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분양 이후 대부분 면적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계약 시 현금 3000만원 지원 등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방 분양단지에서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으며 최근엔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높아지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으로 사업을 새로 진행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며 관망하다가 좋은 사업지를 골라 선별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분양시장 침체에 HUG 측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UG는 이달 주상복합아파트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148가구, 상가 37실)에 대한 분양보증사고 처분을 결정했다. 분양보증사고란 정상적인 주택분양계약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을 때 HUG가 대신 사업을 진행하거나 계약금·중도금 등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이번 대구 분양보증사고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발생했으며 사고 금액은 아파트 408억원, 상가 249억원 등 657억원이다. 
 
미분양 급증으로 청약시장이 얼어붙고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지방을 중심으로 HUG의 보증사고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HUG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은 공사비 등 사업장 자체에 문제가 있던 곳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분양보증사고가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업장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해서 수분양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분양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미분양 관리 지역 개편 작업 등을 진행 중이며 PF 보증 등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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