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수출시장과 상품 포트폴리오 과감히 바꿔야 한국 경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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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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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


중국·반도체에 편중된 수출 구조로는 지속적 수출 확대 한계 봉착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수출의 회복이다.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처지다. 글로벌 경기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요즘같이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는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 경제가 도약의 시동을 건 이후 지난 70여 년을 돌이켜 보더라도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그것이 오히려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의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해외시장은 시기별로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이 계속 출현하면서 한국 수출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했다. 그만큼 시장 여건 변화에 대한 처세술과 대응력이 출중했다.
 
한국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서고, 세계 6위 수출 대국이 된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이웃인 일본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일본과의 무역은 영욕이 겹치지만 이를 무시하고 한국 수출의 현재를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본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상대였다. 한국 상품이 해외시장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영향력이 컸다. 한국 상품을 사주는 최대의 시장은 처음엔 미국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시장이 미국을 대신하여 효자 시장이 되어 주었다. 지리적으로 이웃인 중국이 시장 경제로 전환, 한국과 중국 간의 기업 혹은 개인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교역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대 수출시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듯이 이제 중국을 대신하는 대체 시장의 출현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면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 상품의 위상이 더는 과거와 같지 않고 앞으로 더 좋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중국 제조업의 한국에 대한 의존보다는 자생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소비 시장에서도 한국 상품이 아닌 중국 로컬 상품이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폰, 화장품, 패션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내에서 한국 상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 이미 5〜10년이 된다. 중국 시장에 연연할수록 힘은 빠지고, 중국이 기침하면 우리의 독감 증세는 더 깊어진다.
 
이제 결단을 내릴 때다. 중국에 들이는 공을 이제 다른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한국 기업이나 개인의 가장 큰 약점은 시쳇말로 기분(Feel)이 동하면 무모하게 저돌적으로 뛰어드는 점이다. 가끔은 이런 기질이 장점이 되어 약발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틀에 갇히는 악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려야 하고, 이에 철저한 기업이나 개인일수록 털고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해외시장을 균형적으로 보는 혜안이 필요하고, ‘China+1,2,3〜’라는 다양한 시장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다른 시장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연착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수출이 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간판 기술·기업이 있어야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대접, ‘원팀 코리아’ 깃발 높여야
 
새해 들어서도 수출이 계속 부진하면서 11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든다.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행진의 지속에는 서너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14년 만에 30%대 감소세를 보이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주력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24% 이상 감소하고, 이러한 감소세가 8개월 연속되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진행 중이다. 반면 수입은 늘어나면서 28년간 무역에서 흑자를 보이던 중국에 대해 작년 5월부터 9개월 연속 적자가 불가피해지는 판이다. 파는 상품은 줄어드는데 사는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긴요하지 않은 상품 수입까지 늘고 있으니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굳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반도체라는 주력 수출상품, 중국이라는 주력 수출시장에 대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 수출이 계속 뻗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반도체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수출 주력 대상이 정상화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매일수록 지속적인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진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직성, 집착에서 벗어나면 수출 기업의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이미 대기업은 동남아나 인도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간다.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도 서방의 중국 압력에 대한 반사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서 실지(失地)를 만회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시장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이마저도 실기(失期)하면 궁지에 몰린다. 대기업이 선도하고 중소기업이 선단식으로 꼬리를 물어야 한다.
 
수출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시각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정세가 신(新)냉전과 국가 이기주의 확산과 세계화 후퇴에 따른 공급망, 수출시장, 에너지·자원 관련 포트폴리오가 개편 혹은 재편이라는 급물살을 탄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각국이 남이 갖지 못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무기화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과 중국은 별개로 치더라도 기술, 시장, 자원, 지정학적 여건 등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당연히 우리가 내세울 것은 간판 기업과 이들이 가진 우월적 기술이다. 다행히도 남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러브콜을 계속 보낸다. 동남아나 중동 국가들이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계속한다. 경쟁국보다 빨리 올라타야 수출도 탄력을 받는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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