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도해지 불가' 학습지...법원 "방문판매법 저촉"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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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1-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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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프리패스, 교육업체-학부모 '계속거래' 해당"

  • 방문판매법, 계속거래 시 중도해지권 보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육업체가 약정기간을 정해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도록 방문판매 계약을 맺었더라도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약정했다면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현재 일부 교육업체들은 서비스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약정기간 동안의 서비스 이용료를 고객에게 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판결로 대부분 방문판매를 통해 체결되는 학습지 영업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정하경 판사)은 지난 12일 학부모 A씨가 교육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8살 자녀를 둔 A씨는 2020년 7월 B사에서 전집 구매,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멤버십 24개월 및 프리패스 36개월) 등 서비스를 신청했다.

한 달간 서비스를 이용한 A씨는 2020년 8월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고 자동이체를 중단했다. 이에 B사는 A씨에게 물품 대금 약 430만원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물품 대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리패스' 서비스였다. 아이 공부를 위해 프리패스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 학부모는 일정 기간 매달 B사에 돈을 지급해야 한다. 중도 해지는 할 수 없다.

B사 프리패스 약관 제12조 '본 상품은 콘텐츠 장기간 이용권의 일시 구매계약으로 계속거래 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중도해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적시한 프리패스 서비스 약관이 방문판매법에 저촉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방문판매법 31조는 '계약의 해지'를 규정하고 계속거래업자 등과 계속거래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원은 해당 서비스가 ‘계속거래 계약’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방문판매법에서 정한 계속거래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설령 계약의 약관에서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조항은 강행법규인 방문판매법 제31조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이 사건 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다만 1회성 거래에 해당하는 전집 구매와 중도해지가 가능한 구조인 멤버십 계약 부분에 대해서는 A씨가 B사에 미납대금과 위약금,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사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B사 측은 "물품 대금 청구는 정상적인 계약 체결에 따른 행위이고, 해당 서비스를 '계속거래'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B사 측은 "고객의 학습 선택권을 늘리는 차원에서 고객이 학습 순서 임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을 계속거래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1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항소해 면밀히 다투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 상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면서 고객 불편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관련 개선을 하고자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해지 문제와 관련한 분쟁을 겪고 있는 고객들과 합리적 방안으로 합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박재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프리패스 상품이 계속거래이며, 중도해지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을 최초로 확인한 판결"이라며 "B사가 약관으로 금지한 점에 대해 법원이 무효하고 선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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