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살인' 이기영 청소도우미 호출에 업계는 '불안'...보호 체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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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1-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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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주 책임만으론 힘들어...입법으로 해결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택시기사·전 여자친구 살인 사건’ 용의자 이기영이 범행을 저지르고도 청소 도우미를 매달 12차례 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가사·돌봄 노동자 대상 보호 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기영 사건을 계기로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보호장치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년째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조모씨(61)는 “이기영 관련 소식을 듣고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며 두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전에는 (돌봄 대상인) 할아버지가 혼자 계셔도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무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가 느끼는 불안감은 업계 전반에 확산돼 있다. 지난 4일 가사·돌봄 노동자 카페에 관련 기사가 공유되자 곧바로 불안감을 표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카페 이용자들은 “벽장에 시체도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청소하셨겠네요”라며 “이 사건 때문에 많이 겁이 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다른 댓글에는 “이번에 격주로 남자 혼자 있는 집을 잡았는데”라며 본인이 비슷한 상황을 겪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주경제 취재 결과 가사 근로자의 불안감을 덜어줄 보호 체계는 사실상 전무했다. 지난해 6월부터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으나 대부분 4대 보험, 휴게 시간 보장 등 고용 조건 관련 내용이다.
 
가사근로자법 제7조는 서비스 업체가 '가사근로자 불편사항이나 고충 등에 대해 처리를 요청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조항을 포함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만 정부 공식 인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조항마저 유명무실하다고 노동자들은 토로한다.

상담 고충 창구가 있더라도 세부적인 안전 매뉴얼이 없어 실효성 있는 안전 조치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해당 게시글 댓글에 따르면 한 가사·돌봄 노동자가 소속 업체에 이기영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했으나 “아직 있지도 않은 일인데 왜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송미령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가사·돌봄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가사·돌봄 노동자들은 고령에다 취약계층이 많아 피해를 겪어도 숨기는 일이 다반사”라며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담 센터나 의무 상담기간을 마련해 현장 대처 방안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주 책임만으론 힘들어···입법으로 해결해야"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보호체계 마련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12월 40대 남성이 가사 노동자들을 상대로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강제 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호체계 마련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6명에서 23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경찰이 업체들에 남성 1인 가구 출장은 노동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등 범죄 예방 시스템 개편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사업주에게만 안전 보호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명시된 ‘사업주 안전보건 관리 책임’은 사업주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책임을 다할 것을 전제하고 있어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범죄 예방 책임을 사업주가 전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현지 노무사(노무법인 가경)는 “업체가 범죄자 신원 확인 등 일차적인 거름망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까지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더구나 가사·돌봄 노동자는 법 통과 전까지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외였고 현재는 산안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가사·돌봄 노동자 보호체계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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