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무굴 코끼리' 인도의 중국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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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3-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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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20여 년 전부부터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축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넘어왔다고 단정을 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지난 세기 미국을 위협하면서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던 일본은 30여 년 동안 계속 정체 내지 추락하고 있다. 2010년 이 자리를 꿰찬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된다. 더 이상의 후퇴를 막기 위해 유럽은 똘똘 뭉쳤고, 종종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 배를 탄다.
 
최근 아시아 경제권에 또 따른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코로나 팬데믹의 결과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다. 자칫 중국이 제2의 일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마저 들린다. 위기가 닥치면 협력의 끈을 단단히 옭아매는 대서양 경제권과 달리 태평양 경제권은 느슨하거나 오히려 분열을 거듭한다.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데는 민감하지만 하나로 묶이는 구심점이 없다. 중국과 일본은 해묵은 과거사 문제가 족쇄가 되고 있고, 지역 맹주가 되기 위한 경쟁을 계속한다. 동남아의 아세안(ASEAN) 10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반사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한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면서 잦은 충돌을 하면서도 겉과 속이 다른 묘한 관계로 봉합 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가 미국을 따라잡는 중국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초기 예측과는 달리 ‘제로 코로나’가 심각한 부메랑이 되는 조짐이 곳곳에 불거진다. 40여 년 간 줄기차게 달려온 고도 성장이 막을 내리고 있다. ‘피크(Peak) 차이나’, 즉 중국 경제가 절정에서 내려오는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거세다. 올해가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붕괴, 민간 경제 위축, 지방 부채 등 숨겨진 뇌관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시진핑 3기 체제의 정착과 ‘위드 코로나’로 인한 리오프닝 효과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 5%대 성장 회복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향후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인지, 아니면 경착륙이라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 것인지 하는 큰 시험대에 올라가고 있다.
 
잘 나가던 중국이 흔들리는 근본적 이유는 자충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조차 자성론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중국이 유지해온 ‘도광양회(韬光养晦,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를 접고 ‘대국굴기(大国崛起)’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타이밍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으론 시진핑 주석 장기 집권 가도를 깔기 위해 사회주의와 계획경제의 색깔을 강화한 것이 중국의 미래에 부정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체제 우월성에 지나치게 집착, 도리어 모순을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사면초가가 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비아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미국 경제 규모 추월이 물 건너갔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보다 인도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정세
 
 
중국이 휘청거리는 사이에 이를 기회로 치고 올라가는 국가가 있다. 같은 아시아 경제권에 있는 인도다. 작년 인도 경제 규모가 5위로 올라서면서 영국을 제쳤다. 이 속도라면 2030년 즈음에 일본이나 독일을 제치고 3위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한다. 인구는 올해 내에 14억의 중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하다. 미-중 신(新)냉전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의 틈새에서 적극적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방이 껄끄러운 상대만 있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상당수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세계에 거미줄처럼 엮인 정·재계 인맥이 ‘인도의 힘(Indian Power)’을 견인하고 있다. 사회주의 중국과 달리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유리하게 작용한다.
 
태평양에 인도양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새롭게 부상한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인도양을 포함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 시키려는 포석이다. 기존의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를 포함하여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포함으로써 전략적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내심 이에 불쾌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를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쳐 유럽(대서양)을 연결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여러 곳에서 파열음이 생겨나면서 유리하던 국면이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도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인도의 리더십이 이를 활용할 줄 아는 혜안을 가졌다.
 
인도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그 갭을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미국을 넘기 어렵듯이 인도가 중국을 넘기 또한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정세의 재편이 중국보다 인도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점이다. 경쟁력의 원천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즐비하지만,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열악한 인프라는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다.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데 지켜볼 일이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의 고점이 거듭되자 인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이 중국에서 잃은 자존심으로 인도에서 만회하기 시작했다. ‘무굴 코끼리 인도’와 ‘회색 코뿔소 중국’의 경쟁이 달아오른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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