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야근' 주범 포괄임금제 감독 강화…IT·게임업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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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최은정 기자
입력 2023-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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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장근로 시간제 위반·수당 미지급 등…고용부, 3월까지 오·남용 사업장 감독 실시

  • 대형 IT·게임업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했지만

  • 특근·야근 등 초과근무 관행은 여전히 존재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왼쪽 둘째)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 자리에서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정보기술(IT)기업과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불리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사례도 많지만 이를 오남용해 일한 만큼 보상하지 않는 기업들도 아직 상당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3월까지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첫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한다. 2월에는 포괄임금제 관련 종합대책도 밝힌다.

아무래도 주요 타깃은 IT 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IT·게임업계는 프로젝트 마감 등을 앞두고 정규시간보다 초과근무하는 '관행' 등으로 인해 포괄임금제가 만연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가 등장한지도 오래다.

IT·게임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속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주요 IT·게임업체들은 이미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본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포괄임금제를 없앴다. 카카오 역시 2019년 본사를 시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역시 크래프톤·네오위즈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본사는 물론 자회사까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지난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컴투스·위메이드·웹젠 등이 순차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없애기 시작했다.

물론 포괄임금제 폐지 정착 과정에서 곡절도 있었다. 지난 2021년 진행된 네이버·카카오 대상 고용부의 근로감독 과정에서 다수의 연장·야간수당 미지급 사례가 드러났다. 당시 고용부는 네이버의 임금체불액이 약 87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역시 다수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사례와 법정 한도를 넘긴 연장근무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네이버는 체불액을 지급하고 지난해 5월부터 법정근로시간 월간 최대치 도달 4시간 전 회사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를 실시 중이다. 카카오 역시 근무시간 산정 등과 관련해 내부 임직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괄임금제에 대한 오남용 문제는 여전히 문제가 될 소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21년 1월 발간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IT서비스 기업의 68.1%가 포괄임금제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21년 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도 게임산업 종사자 중 79.6%가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이 훨씬 넘는 IT·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IT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전체적인 산업 환경 안에서 보면 비포괄임금제 사업장 자체가 아직 별로 없다"라며 "다만 포괄임금제를 하면서 중간에 사무실 외출 시간을 카운트하지 않겠다거나,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는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노조가 없는 중견·중소 IT업체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가 널리 퍼져 있고 장시간 근무에도 제대로 된 수당 지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확실히 대형 업체들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언급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는 포괄임금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IT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입장문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지 않은 IT산업의 대부분 사업장은 초과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보니 노동시간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포괄임금제 폐지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률적인 규제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미국에서 적용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일정 이상의 연간 임금소득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처럼 소득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세분화된 안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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