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턱밑까지 온 '대장동 사태'...부동산 개발 로비에서 선거자금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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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3-0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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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동 신도시 일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진척을 보이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윗선 규명에 관심이 쏠린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김만배씨의 복귀로 '대장동 의혹 재판'이 한 달 만에 재개됐다. '대장동 의혹'은 향후 재판에서 김씨의 폭로 가능성과, 대장동 수익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갔는지 추적하는 검찰 수사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두 번의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지난해 1월 10일 첫 공판을 시작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에게 최소 651억원가량 택지개발 배당 이익 등을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희한한' '비정상적인' 공모지침서와 사업구조  
성남시는 2015년 7월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화천대유 등과 민관합동개발을 진행했다. 해당 개발에선 통상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최대주주인 성남도개공은 1830억원을 챙겼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4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민간 사업자가 최대 수익을 가져가게 된 구조가 만들어진 데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 재판'은 지난해 3월 재판부가 바뀐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판 초반엔 비정상적인 사업구조와 '대장동·제1공단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작성 관여자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 공사에서 개발지원파트 차장으로 일했던 이모씨는 법정에서 동료였던 주모씨가 질책을 받은 경위에 대해 "공모지침서에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일한 김민걸 회계사도 증인으로 출석해 "지분 참여 구조라면 보통 지분율대로 이익을 나누는 게 상식, 예상 밖 '확정이익 방식'이라 의아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정민용 피고인이 2016년 이재명 시장을 찾아가 대장동 사업에서 제1공단을 제외한다는 보고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 팀장이 (대장동 보고서를) 성남시장 비서실에 가져다 준 일이 복수의 횟수로 있었다"고 했다.  

대장동 사업은 당초 제1공단 공원화 사업과 택지개발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민간사업자들은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공원화 사업을 분리하도록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업이 공모 단계부터 소수 인원에게 배당을 몰아주기 위한 구조로 짜였다고 주장했다. 최종 선정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달리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초과이익이 생기면 공사에 주도록 제안했는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정영학 녹취록' 공개와 민관유착 재수사
정영학 녹취록이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대장동 사업 구조는 보다 선명해졌다. 김씨의 로비 정황까지 드러나 '50억 클럽'이 다시 논란이 됐다. 김씨가 2020년 대장동 사업 예상 이익을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인사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분배할지를 논의한 대화와 김씨가 공무원을 접대하느라 힘들다고 토로한 부분도 공개됐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 측은 녹취록의 음질을 지적하며 증거 능력이 불충분하다고 맞섰다. 

대장동 의혹은 지난해 6월 수사팀이 재편되면서 또 다른 분기점을 맞는다. 지금까지 '대장동 일당'의 주요 혐의가 특경가법상 배임이었다면,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바뀐 대장동 수사팀은 민관유착이 정 실장과 그 '윗선'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정 실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엔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 공동체'로 묶었다. 
 
'이재명 최측근' 체포...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확전
위례신도시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의 다른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10월 19일 체포됐다. '대장동 일당'에게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가 적용된 것이다. 김 부원장의 체포로 부동산 개발 비리 의혹이었던 '대장동 사태'는 '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확전됐다. 김 부원장의 체포 다음날 유 전 본부장은 석방됐다.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태'와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 대한 작심성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유 전 본부장은 한 언론을 통해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원장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20억원을 요구했고, 6억~7억원가량을 직접 전했다"며 "(이 대표가) 1원도 받은 게 없다? 검찰에서 다 얘기할 것"이라고 폭로했다. 

유 전 본부장의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21일 풀려난 남 변호사도 '폭로전'에 가세했다. 그는 법정에서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49% 중 12.5%가 본인 몫이고, 나머지가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했다"며 추측만 무성했던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을 위한 SPC 중 보통주 지분 7% 가운데 약 30%를 차지해 약 120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석방 이후 첫 재판에서 2014년 위례 사업 당시 분양대행업자 이모씨에게 받은 22억5000만원에 대해서 진술했다.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이씨에게 받은 돈 중 김씨에게 전달한 돈은 12억원 전후"라며 "김씨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형들'에게 줄 선거자금으로 쓰이는 자금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에게 2014~2015년 42억5000만원을 현금 등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달 만에 재개된 '대장동 재판' 
남 변호사에 이어 김씨는 같은 달 24일 석방됐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처럼 '대장동 일당 폭로전'에 힘을 보탤지 주목됐지만 김씨는 침묵을 지켰다. 김씨는 12월 14일 총 세 차례 흉기로 목과 가슴 부위를 찔러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김씨는 대장동 수익 은닉을 도와준 자신의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이 검찰에 체포되자 정신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재판은 김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와 휴정기 등으로 멈췄다. 이달 3일 검찰은 "김씨가 건강이 호전된 것을 확인했고 김씨 측 변호인과 구체적인 검찰 조사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김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23일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대장동 개발 관련한 각종 의혹 전반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재판'과 '불법 선거자금 의혹'의 윗선 규명은 김씨 증언이 중요하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말은 '전언'에 불과해, 당사자인 김씨의 진술이 있어야 신빙성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까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씨는 13일 한 달 만에 재개된 '대장동 재판'에 출석해 "더 성실히 사법 절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판 진행에 차질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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