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이종엽 변협회장 "법조계, 영어로 글로벌 활로 뚫어야...국제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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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상희 사회부장, 정리=장한지 기자
입력 2023-01-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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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직 전관 출신 변호사, 전근대적 문화"

  • "비례대표 확대 및 이원집정부제 고민해야"

올해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59‧사법연수원 18기)이 우리 법조계가 영어 의사소통 역량을 키워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영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글로벌 언어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국제 법률가 세계에서도 영어를 하지 않으면 소외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활로를 뚫으면 직역확대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국제중재 영역에서 외국 법률가들이 품앗이하듯 중책을 주고받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국제 중재재판소에서는 선진화된 국가의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법률가가 와서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영연방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법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50여개 국가의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 등 1500여명이 가입된 로아시아 대회와 폴라(pola) 국제회의에 참석해 직접 의사소통하는 등 대한변호사협회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큰 돈 들이지 않았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1995년부터 현재까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전화 영어를 하고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들은 게 전부다.

그러면서 법조인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영어는 마라톤과 같다. 결국 몸에 붙어야 하는 것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싱가폴처럼 지자체 한두 곳이 선도적으로 영어를 일상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협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소회가 어떤가.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시간들 보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모든 과정과 진행 사항을 체크하고 긴급하게 연락을 취하거나 국회에서 대기하는 등 마음 졸인 시간이 많았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분리 등 법안이 급가속을 밟으며 정치권에서 속도전으로 진행할 때 번뇌의 시간도 꽤 있었다. 늘 긴장하던 생활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다. 한편 그동안 임원들, 직원들과 의기투합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등 법조계 다양한 이슈 있었는데 가장 관심 가졌던 사안은 무엇이었는가.
"검수완박 법안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 이미 변협이 여러 차례 목소리 듣고 지적했다. 법률가가 초동부터 개입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실제 몸으로 뛰지 않더라도 검사가 수사 초동단계에서부터 방향을 제시하고 검토하고 문제점은 지적하고 인권의 보호나 적법절차를 준수해가면서 수사하고 사회악을 척결하는 이 과정 전체는 국민의 실생활과 아주 직결되는 문제다. 형사실무에서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대신해 느끼고 있는 혼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이 다시 다듬어져야 한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이 도마에 올랐다.
"법원, 검찰에서 고위직을 역임하신 분들이 나와 후배 판사가 진행하는 법정에 서면 그 자체만으로 영향력 행사가 될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근대적인 문화다. 동료 유대감을 활용해 경제적 이권을 추구하는 형태의 변호사업은 지양해야 한다. 권 전 대법관 같은 경우 변호사 등록 신청을 철회해 달라고 변협에서 두 차례나 권고를 했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 문제 때문이라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권 전 대법관은 처신에 있어서 신중하고 사회 봉사나 공익을 위한 활동에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만여 변호사들의 수장으로서 국회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 느낀 바가 있다면.
"전문가의 전문성이 국회에 반영되는 게 참 쉽지 않다. 비례대표제로 전문가들이 국회에 들어가도 결국 진영 대결로 이어진다. 각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거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구성에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고도화되고 미분화된 사회에서는 우리 국가가 나아가야 할 비전 제시나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구축을 위해 전문가들이 촘촘하게 해야 할 영역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정치권에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많다.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 특히 의회에서 타협과 협상을 통한 정책 제도 개선과 대안이 나올 수 있는 구도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권력 구조를 손 볼 때가 됐다. 국방과 외교 등 외치는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맡는 그런 이원집정부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로아시아 등 국제무대에서 직접 영어로 의사소통했다. 영어는 꾸준히 공부한 것인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크게 2가지 생활의 좌우명을 정했다. 하나는 운동, 다른 하나는 영어다. 지금도 주말이면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마라톤을 하고 있다. 어학이라는 것은 결국 몸에 붙어야 하는 것이다. 늘 생활에서 접하고 듣고 사용해야 체득화돼야 어떤 상황에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영어는 마라톤과 같다. 쉬지 않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어 라디오 방송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듣고 있고 매일 전화영어를 하고 있다. 저 같은 경우는 국제교류를 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우리나라 리걸마인드는 세계적으로 탑클래스인데 혀가 짧아 다른 나라 국가에 비해 평가절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시장 포화상태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국내시장에서만 활동하려고 하니 문제라고 보는가.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류를 위해 싱가폴, 베를린, 런던, 시드니, 베트남 등을 가면 지금은 영어가 외국어가 아니라 글로벌 언어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법률가 세계에서도 영어를 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세계 법률가대회를 다녀보면 확실히 영연방 국가권이 세계 법률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영연방 국가권에서는 외국 법률가들이 품앗이처럼 서로 국제 활동을 한다.

중재재판소에서는 현재 자기 나라보다 선진화된 국가의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법률가가 와서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폐쇄적인 법조 문화에서 생길 수 있는 부조리나 투명성 제고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일상에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풍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국 지자체 중 한두 곳이 선도적으로 영어 라디오 방송 설립해 운영하고 영어를 제2공용어로 채택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고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 현상'에 경제적인 우려가 많다. 내년에도 경제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변호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IMF 때랑 2008 금융 위기 때 경제가 크게 위축되니까 변호사 업계도 영향을 받았다. 그때마다 변호사들은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을 소규모화하거나 같이 뭉쳐서 사무실 비용을 줄이는 등 고정비용을 줄인다. 과거 기성 변호사들이 겪었던 그 시대 위기 상황과 달리 지금은 법조 대중화 시대여서 더 어려울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하나의 자격증으로 여기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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