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2023년 세계 경제전망 키워드 …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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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2-12-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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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10일 2023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2021년 6.1%, 2022년 3.1%에 이어 2023년 2.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 2021년에는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선진국 중심으로 재정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세계경제가 큰 폭의 V자 반등을 보였다면 2022년에는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공급망 교란,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3.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내년 세계경제는 2.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우려가 있다. 여전히 하방 리스크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성장 전망치는 ①코로나19 등 추가적인 보건 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②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며 ③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 상태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막후 협상이 진행되며 ④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은 낮고 ⑤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없고 ⑥당분간 강달러가 유지되고 ⑦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90달러 초반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등 새로운 보건 위기가 터지거나,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거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거나, 신흥국에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거나,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하거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다시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더 낮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민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매판매 증가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으며 ISM 제조업지수, 산업생산활동지수 등 제조업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에도 제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2023년 미국 경제는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 지역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로 인하여 추가적인 재정 확대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구매력이 크게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급망 차질과 투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공급 제약까지 겹치고 있다. 유로 지역과 영국 실업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개선되었으나 노동력 부족으로 인하여 오히려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에너지 부문을 비롯한 원자재 부문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였다.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가 급증하였고 영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정책에 대한 판단 착오가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유로 경제는 2023년에 0%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다양한 하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가격 급락과 투자 감소,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 미국의 대중 견제 심화와 이에 따른 혁신 역량 약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이러한 하방 압력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국의 재정 수입 감소 및 통화정책 여력이 약화되면서 내년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하여 중국 경제는 2023년에 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본 경제는 내년에도 큰 변화 없이 1.5%의 낮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2022년 성장률은 1.7%로 예상된다. 이처럼 일본 경제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화적이다. 이러한 완화적 기조는 내년 초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금리 격차로 인하여 엔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일본은행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적으로 한 완화적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재정정책 기조 또한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상에서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에 따라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축적된 가계 저축과 기업 수익을 배경으로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가 기대되며 내수 중심의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는 국가로 예상된다. 인도 경제는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노력과 중국 이외의 투자처 모색에 따른 이중 수혜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2021~2022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인 836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였는데 내년에는 1000억 달러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인도 경제는 2023년에 5.6%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23년 세계경제 전망은 세계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서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을 제시하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고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위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지출 시행으로 재정정책 여력 또한 약화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 '긴축'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코로나와 미·중 전략 경쟁으로 진행되고 있던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국제 공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대응 태세와 크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파편화'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세계경제가 신속하게 회복되려면 확장적인 정책과 국제 공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시도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여건은 2023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경제의 회복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 여건하에서 한국 경제 또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 미국, 유럽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수출에 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대중 수출과 대중 무역수지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로컬 기업과 경쟁 심화,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과 경쟁 심화로 인하여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 대체 시장 개척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도와 같이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국가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쟁력을 더 유지할 필요가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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