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살아남은 생분해성 비닐봉투…친환경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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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12-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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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중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중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의점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금지가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플라스틱 일회용품'에 한해 2024년까지 환경부가 예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상당수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비닐봉지가 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 금지는 환경부가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됐다. 시행일을 앞두고 편의점주들은 발주 중단과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했지만 기우였다. 일회용 비닐봉지가 생분해 비닐봉지로 바뀌었을 뿐 편의점은 여전히 비닐봉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아주경제가 주요 편의점 매장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종이봉투를 판매하는 매장은 드물었다. 종이봉투를 판매하는 점포에서도 생분해 비닐봉지를 병행 판매하고 있었다. 

실제로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생분해성 일회용 봉투’ 발주를 지난달부터 재개했다. 이마트24도 생분해 비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지난해부터 기존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친환경 비닐봉지로 대체해 왔다. 이후 친환경 봉투도 판매 금지가 예고되자 종이봉투, 종량제 봉투, 다회용 봉투 등을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지난 9월부터는 비닐봉지 발주를 중단하면서 재고를 줄였다. 그러나 환경부가 친환경 비닐봉지에 한해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하면서 편의점에서도 발주를 재개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현재 정책 변화에 따라 종이봉투, 종량제 봉투, 다회용 봉투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고 생분해 비닐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본사로서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대체하고 있는 생분해성 비닐봉투 역시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상 정부 정책이 탁상행정이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으로 인증을 주는 환경부 기준이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친환경’ 표지 인증을 받으려면 땅에 묻었을 때 섭씨 58도 이상인 온도에서 6개월 동안 90% 분해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뜨거운 온천수 안이어야 분해가 되는 조건을 '친환경'으로 인증한 것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향후 미래 환경을 위한 대안이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현재 기술로는 진정한 '생분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부에서 예외로 생분해 비닐을 인정해 준 건 업체들 눈치를 보며 예외 사항을 열어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생활 폐기물은 매립하는 것보다 불에 태워 소각 처리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생활 폐기물은 3687t(톤)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소각된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매립 시 썩는다는 이유로 허용됐지만 생활폐기물 중 24%만 매립된다. 사실상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정부가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허용함에 따라 혼란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생분해성 비닐봉투 사용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모델이 GS25 매장에서 친환경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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