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패딩 거지' 안 만들려 등골 휘는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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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1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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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추위에 필수 아이템 패딩 판매 기지개

  • 유행 민감한 10대들 상대로 마케팅 주력

  • 고가에도 또래 문화 외면 어려운 학부모

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11월 30일 아침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겨울옷을 입은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겨울은 가난이 가장 티 나는 계절.'

겨울 아우터가 너무 비싸 다른 계절에 비해 사람들이 입는 옷의 가격차가 두드러진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혹한이 도래하면서 10대를 중심으로 '패딩 거지'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혹한기 필수 패션 아이템인 패딩은 매년 유행이 바뀐다. 지난해 겨울 입었던 패딩을 다시 꺼내 입으면 소위 '거지'라고 불린다는 설명이다. 

겨울 아우터 유행이 시즌별로 바뀌는 건 숏패딩과 롱패딩을 번갈아 팔기 위한 패션 업계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는 숏패딩을 "MZ 세대의 '힙'한 패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롱패딩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날씨마저 따뜻해 숏패딩에 각사의 디테일을 더한 상품이 주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전에는 "복고 아이템이 돌아왔다"며 롱패딩을 실용적이면서도 떠오르는 패션 아우터라고 절찬 판매하기도 했다. 

올해 유행은 숏패딩으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패딩 브랜드 제품은 인터넷 쇼핑가로도 최소 20만원을 호가한다. 1일 네이버쇼핑을 기준으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몽클레어 브랜드의 여성 패딩 점퍼는 142만원, 디스커버리 크롭 패딩은 25만9000원, 내셔널지오그래픽 숏패딩 점퍼는 22만3000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상품이지만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매출이 확대될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패딩은 패션업계 연중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만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부담을 토로한다.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 '부경맘'에서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중학교 1학년 아이 보세로 롱패딩 사줬는데 아이들이 노브랜드라고 놀렸다. 그래서 브랜드로 사줄까 했더니 아들이 그 애들 보라고 엄마 돈 쓰기 싫다고 해 짠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다른 학부모도 "롱패딩 입으면 패션 거지란다. 추워 죽겠는데 올해는 숏패딩이 유행이라고... 요즘 애들 너무 겉멋만 든 것 같다. 부모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제품)"라고 썼다. 

패션에 민감한 연령대인 데다 (고가의 패딩 착용이) 또래 문화로 굳어진 만큼 비싼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이해는 된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반면 위화감을 조성하는 분위기 때문에 학교 보내기가 겁난다는 반대 목소리 역시 들린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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