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가상자산시장] ​쌓으면 무너지고···끊이지 않는 신뢰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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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2-12-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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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공백에 따른 금융안정성 미비

  • 소비자 피해 발생·불법 리스크 노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스]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크립토 윈터'가 가상자산 시장을 덮쳤다. 특히 시장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겨울은 길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코인의 가격 하락은 크게 보면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에 따른 경기 둔화 흐름의 영향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지난해 중국 정부의 가상자산 단속 강화와 채굴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중단 등으로 이어진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주요 코인 가격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규제 공백에 따른 금융 안정성이 미비한 가운데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3대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연동 가상통화)으로 꼽히던 테라는 시총 50조원이 넘는 세계 10위 안팎의 인기 상품이었다. 테라는 루나를 기반으로 1테라의 가치가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페깅(고정) 시스템이 무너졌고,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이 일어나 루나는 일주일 만에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국내 루나 투자 피해자는 28만명, 피해 규모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은 대표 안전 자산인 달러와 묶여 있으면서도, 무려 20%의 예치금리를 제공했던 루나를 향해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세계 3대 거래소로 꼽히는 FTX의 파산도 시장 전반의 신뢰에 치명상을 입혔다. FTX는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을 통한 자전 거래로 몸값을 띄우고, 이를 토대로 추가 대출과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FTX 사태의 피해 규모는 루나 사태보다도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의혹도 적지 않다. 취약한 재무구조가 드러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FTX는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빼돌려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투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재무제표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등 엉터리로 회계를 처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FTX 사태로 인한 파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한 블록파이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난 테라·루나 사태로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지난 7월 파산 신청한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 또한 예치 상품인 고파이의 출금 중단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한 2014년 마운트 곡스 해킹 사건, 2016년 더 다오 해킹 사건부터 일본 가상자산거래소를 향한 해킹 공격 등은 가상자산 보안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크립토 윈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진짜 크립토 윈터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신뢰 전반이 무너졌다. 신뢰 회복이 절실하지만,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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