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펍의 두 얼굴下] '불법과 합법 사이' 길 위의 카지노...관리·감독기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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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김세은·김서현·송하준 수습기자
입력 2022-11-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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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행산업 감시기관' 사감위와 경찰 단속대상서 제외된 홀덤펍

  • "강도 높게 단속해야" vs "법 테두리에 놓고 양지로 끌어내야"

[편집자 주] 텍사스홀덤은 2028 LA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고려될 만큼 국제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홀덤은 단체로 즐기는 게임 문화라는 평과 중독성 강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칩을 돈으로 환전하는 등 홀덤이 사실상 불법 도박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 차례에 걸쳐 불법 홀덤펍 실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홀덤펍의 두 얼굴' 글 싣는 순서
① "한번 빠지면 못 빠져나와"···'사행성 홀덤펍' 현장
② "시드권 판매합니다"···유행처럼 번지는 'SNS 밀거래'
③ '불법과 합법 사이' 길 위의 카지노···관리·감독기관 전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법성 짙은 홀덤펍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관리‧감독 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단속권이 없고, 경찰은 담당 부서가 미비해 사실상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사감위와 경찰이 협업해 불법 홀덤펍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관리‧감독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사행산업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홀덤펍이 2000여 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많게는 80~90% 업체가 현금이 오가는 불법성 짙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 관계자는 "홀덤펍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감위 담당이 아니다"며 "엄밀히 말하면 경찰이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행산업 감시기관' 사감위와 경찰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홀덤펍
사감위는 불법 사행산업 감시를 위해 2007년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됐다. 그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르면 사감위는 관광진흥업상 카지노업, 경마, 경륜·경정, 복권, 소싸움경기 등 이미 법 테두리 안에 있는 사행산업에 대해 불법성을 단속할 뿐이다. 통상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돼 운영되고 있는 홀덤펍은 사행산업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고 있다. 사감위는 "홀덤펍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사감위 측에서 이와 관련된 통계를 집계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불법 홀덤펍 담당 부서가 미비해 정기적인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청 형사과 관계자는 "홀덤펍에서 이뤄지는 게임은 생활질서과 소관"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도박개장죄 적용이 가능한 도박은 형사과 소관"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관계자는 "경찰에서 집계한 도박개장법 적용 가능한 일반음식점 내 사행성 범죄 관련 통계가 없다"며 정기적인 단속에 대해서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이 적발 또는 수사에 착수하려면 관련 신고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조차도 드물다. 지난 1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홀덤펍을 가장한 불법 도박장에서 판돈 약 1억원 이상을 굴려 도박·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고액 이용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당시 경찰은 불법 홀덤펍에 대한 112신고를 수차례 받아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겉만 봐서는 합법인지 불법인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아 단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흥철 국제메타스포츠협회 대표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홀덤펍이 건전 업소와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사장이 원룸을 빌려 도박을 하기도 한다"며 "신고가 들어와도 '홀덤펍 동호회'라고 하면서 현금 거래를 부인하기 때문에 단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게 단속해야" vs "양지로 끌어내야"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홀덤펍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강도 높게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감위와 경찰이 협업해 불법 홀덤펍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부 교수는 "불법 도박 감독은 사감위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 사업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면서 "경찰 내에서도 어떤 부서가 관리·감독해야 할지 제대로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지역에서도 사행성 홀덤펍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사감위와 경찰 등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전체적인 실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홀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게임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내에선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불법 사행행위를 지양하는 건전한 홀덤펍도 국내외에 상당수다. WSOP(World Series of Poker), WPT(World Poker Tour), EPT(European Poker Tour)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홀덤 대회들이 개최되고 있는 만큼 스포츠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흥철 대표는 "도박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홀덤을 합법화해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에 놓고 세금 정확하게 매기고 후원사를 두는 등 스포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홀덤에 대해 아직 불법 도박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체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홀덤 게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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