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PC용 그래픽카드 수요 감소로 인해 3분기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열고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한 59억3000만 달러(약 7조9000억원)를, 주당순이익은 0.59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7억9000만 달러)를 상회했지만, 주당순이익은 예상치(0.69달러)를 하회했다고 WSJ는 짚었다.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사용되는 PC용 그래픽카드 등 게임 분야 매출이 반토막(51% 감소) 나면서 전체 매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콜레트 크레스는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했던 제품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60%가 넘게 빠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굴 수요가 줄어들자, 그래픽카드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4분기에 6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다. 이는 월가가 예상한 약 61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엔비디아 주가는 4.54% 하락한 뒤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2.20% 올랐다.
WSJ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업계는 고물가와 금리상승 등이 소비자 지출을 압박하면서 타격을 입었다”며 “업계 전반에 비용절감과 정리해고의 물결이 촉발됐다”고 전했다.
같은 날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내년에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6.7% 밀렸다. 반도체 업종 대표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31% 급락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대량의 반도체 재고,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등도 부담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엔비디아에 AI(인공지능)용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로 인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과 H100(코드명 호퍼) 등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 4억 달러의 매출이 사라질 위기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크레스 CFO는 해당 규제가 분기별 수익에 영향을 미쳤으나 중국에 대체 제품을 팔아서 매출 감소가 대부분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WSJ는 “그런데도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 재고 처리 관련 비용으로 7억200만 달러를 집계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첨단 반도체 수요 감소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크레스 CFO는 중국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했으며, 이번 분기에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3분기에 31% 증가한 38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37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