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떨지 말고 최선 다하길"…기대감·긴장감 맴돈 수능 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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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김서현 김세은 수습기자
입력 2022-11-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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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근한 날씨 속 수험생 속속 도착

  • 교장·강아지 등도 함께 배웅 나와

  • 도시락 인기 메뉴는 '소시지볶음'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지구 제15시험장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모습.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치러지는 세 번째 시험으로, 전년보다 1791명 줄어든 50만8030명이 지원했다.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및 탐구 영역의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김서현 수습기자]


"오늘은 친구들하고 밤새 롤(LOL·리그오브레전드)할 거예요"

수능을 끝내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수험생은 '게임'이라고 답했다. 이내 "떨지 않고, 너무 잘 하려 하지 않고, 적당히 잘 보고 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는 17일 오전 6시 30분께 서울 중구의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지구 제6시험장 성동고등학교를 찾았다.

깜깜하던 새벽하늘이 조금씩 밝아오자 두꺼운 외투을 껴입은 학생들이 하나둘 시험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수능 날만 되면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속설에 '수능 한파'라는 말까지 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날이 따뜻했다.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러 온 권혁인씨(20)는 "작년 수능 날은 정말 추웠던 것 같은데 오늘은 작년보다 날씨가 좋다"며 "방금 입실한 친구가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네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던 친구"라며 "작년엔 안타깝게도 염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 올해는 꼭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행인 이원빈씨(19)는 "형이 일 년 내내 놀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내서 내년엔 같이 술도 마시고 클럽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시험장 인근은 수험생을 배웅하는 학부모로 가득했다. 한 아버지는 정문 앞에서 아들을 꼭 껴안고는 "잘하고 와, 아들!"이라며 힘차게 소리쳤다. 

우렁찬 목소리로 "실력 발휘!"를 외치는 어머니도 있었다. 밝고 강인한 모습으로 아들을 배웅한 그였지만, 이내 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눈을 꼭 감곤 한참 동안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입실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정문 앞을 지켰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 배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격려했다.

박종은 선린인터넷고 교장은 "차분하게, 본인들이 평소 노력했던 대로 시험에 임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감독관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편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오전 5시 20분쯤부터 나와 계셨다"며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을 살피고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을 따라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려견과 함께 응원하던 일가족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명희씨(39)는 "보리(강아지)와 함께 딸을 배웅하러 왔다"며 "첫 시험이지만 좋은 결과를 내서 딸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구 제6시험장 성동고등학교에 모인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김세은 수습기자]


10대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을 보며 일부 학부모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심모씨는 입실 종료 시각인 8시 10분이 지나서도 한참 동안 정문 앞을 서성였다. 혹시라도 엄마가 도울 일이 남아있을까 싶어서다. 쌀쌀한 날씨 속 추운 듯,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아 잡고 고사장을 바라보던 그였다. 

심씨는 딸에게 "떨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며 "세상은 넓고 이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니 혹여 결과가 안 좋더라도 좌절하지 말자"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말하는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는 목이 멘 채 "아이가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시험장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능을 보는 현역 수험생들은 3년 내내 코로나19로 고생한 아이들"이라며 "그간 쉽지 않은 싸움이었을 텐데 여기까지 온 게 너무 대견하다. 오늘까지만 고생하고 앞으로 펼쳐질 20대와 자유의 시간을 맘껏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두 고사장의 도시락 인기 메뉴는 '소시지볶음'이었다.  준비가 간편하면서도 아이가 큰 불호 없이 먹을 수 있단 이유였다. 

안모씨는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계란말이와 소시지볶음을 도시락 메뉴에 넣었다"며 "먹고 나서 탈이 날 위험도 없을 것 같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송모씨도 "소세지야채볶음과 진미채, 불고기 등을 싸줬다"며 "저녁엔 아이와 함께 외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험장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경찰과 구청 공무원이 배치되기도 했다.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교통 혼잡이 발생했지만, 이들의 지휘하에 빠르게 해소됐다. 자가용을 대동한 학부모들도 수험생들이 입실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솔선수범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전 이뤄졌던 '후배 응원'은 올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풀렸지만, 여전히 코로나 재유행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한편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치러지는 세 번째 시험으로, 전년보다 1791명 줄어든 50만8030명이 지원했다.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및 탐구 영역의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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