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 입주 끝난 아파트 시공사에 '시정명령' 못한다...대법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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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11-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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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입주자 소유...시공사, 시정명령 대상 아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파트 공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건축법 위반사항이 발견됐을 때 구청이 시공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 판결로 공사를 맡았던 건설사로서는 향후 입주자 등이 아파트를 소유한 상태에서 법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건물 하자에 대해선 종전처럼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건설업체 K사가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을 깨고 원고(K사)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K사는 대전 유성구 소재 아파트 공사를 완료해 2014년 6월 구청에서 사용검사필증을 교부받았다. 그 무렵 분양자들은 해당 아파트에 대한 등기와 입주를 완료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유성구청)는 △가구 현관 방화문 성능 불량 △피난계단을 돌음계단으로 설치한 부분 등 건축물에 위반사항이 있다며 2018년 8월 K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건축법 제79조 1항은 허가권자(구청 등)는 명령이나 처분에 위반되는 건축물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거나 그 건축물의 건축주‧공사시공자‧현장관리인 등에게 공사 중지를 명하거나 그 건축물의 해체‧개축‧증축‧수선‧용도변경‧사용금지‧사용제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급심 판단은 갈렸다. 1심은 구청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 사건 아파트는 사용승인을 받고 수분양자들의 입주가 모두 완료돼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장의 관리 아래에 있는 상황이므로 K사는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설령 K사가 시정명령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된 부분이 건축법상 성능 불량 및 부실공사가 아니라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K사에 어떠한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이를 두고 부실시공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구청이 K사에 시정명령을 한 것은 K사에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건축법 제79조 1항에 '공사시공자'라는 명칭이 있고, 돌음계단 부분은 위법 소지를 다툴만 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정명령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자, 즉 건축물의 위법 상태를 시정할 수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는 시정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시정명령 제도의 본질은 건축법상 위법 상태의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시정명령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자에 대한 시정명령은 상대방에게 불가능한 일을 명령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또 △입주자 등이 아파트를 소유·관리하고 있었던 시점에 공사시공자는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K사 법률대리인 백호석‧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본지와 통화에서 "하자 소송과 시정명령은 별개로 진행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앞으로 입주자 등이 아파트를 소유·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의 건축법 위반사항이 발견돼 시공자에게 건축법상 시정명령을 내리면 그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인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번 판결에 대한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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