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인사 앞둔 금융권에 '감놔라 배놔라'...관치금융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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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11-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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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NK금융지주·수협은행도 차기 수장 선정과정서 잡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자, 법적 대응에 나서지 말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외압은 없었다”며 낙하산 인사 시도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수장 인사를 앞둔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 중징계 의결에 대해 “지금 같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해 퇴직 임원(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 문책경고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돼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측에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한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서도 문책경고를 받았으나,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CEO 중징계에 대해 신중론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이같이 발언한 건 정부 차원에서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원장은 “일부에서는 마치 일선 창구에서 벌어진 일을 본부에서 어떻게 아느냐 등의 보도가 있지만, 오보 방지 차원에서 말하면 본건은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권익손상 사건”이라며 중징계가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소위 논의나 전체회의에서도 다양한 쟁점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이 건이 가벼운 사건이라든가 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위원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소비자보호의 심각한 실패가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은 금융위 전체회의 결정으로 이미 피력됐다”고 말했다.
 
이에 수장 인사를 앞둔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김지완 회장이 조기 사퇴한 이후, CEO 후보군에 그룹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경영승계 규정을 바꿨다. 이를 두고 낙하산 CEO가 올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수협은행 또한 최근 차기 행장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과 수협 측 위원이 대립하고 있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5일 1차 공모에 지원한 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으나, 최종후보를 정하지 못해 재공모에 나섰다. 2차 공모에 외부 인사 2명이 추가됐고 오는 15일에 재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위원 5명 중 3분의2 이상인 4명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정부 측과 수협 측의 의견이 맞아떨어져야만 최종 후보를 선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이다.
 
전국산업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BNK, 수협, 기업에 이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에도 모피아 낙하산설이 확산하고 있다”며 “금융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피아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아왔다. 정권이 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회사 내부의 승계프로그램이 정상 작동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안정감을 국내외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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