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체액전파 처벌' 조항 공개변론..."전파 역효과" vs "공공복리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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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2-11-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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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에이즈 감염인만 형사처벌 대상인가"...균형성 상실 주장

  • 질병관리청 측 "비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 보호돼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21년 12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계 에이즈의 날·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열린 '전파매개행위죄 위헌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이즈 감염자의 체액 등을 통한 전파 매개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었다. '체액'과 '전파 매개 행위' 등 단어와 표현이 모호한 상태에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주장과 공공복리를 위해 감염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립했다.
 
헌재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에 관한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심판대상조항 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HIV) 감염자의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한 전파 매개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왜 에이즈 감염인만 형사처벌 대상인가"...균형성 상실 주장
이번 사건은 2019년 서울서부지법이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당해 사건에서 피고인 A씨는 상대방에게 감염 사실을 숨기고 콘돔(피임기구)을 하지 않은 채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청구인 측 대리인 한가람 변호사는 '체액'과 '전파매개행위'가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체액에 따라서 감염 가능성 정도가 달라서 어떤 감염 경로가 전파매개행위로 처벌받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어 치명성이나 전파 가능성이 비슷한 제3급 감염병들과 달리 에이즈 감염인만 '3년 이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해 형벌체계의 균형성이 상실됐다고 했다.
 
이어 '감염병을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감염병을 일으킨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청구인 측은 에이즈 감염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질병관리청에 등록되면 오히려 처벌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숨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염인들이 조기에 치료를 받고 공중보건관리체계 내에 들어오도록 처벌 조항을 없애 자발적인 검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한 변호사의 조언이다.
 
한 변호사 "가장 좋은 예방법은 형법이 아닌 교육과 인권보장 중심의 접근이다. 이것이 검사와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낮춘다"며 "심판대상조항이 감염인과 비감염인 모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 보호돼야"
반면 이해관계인인 질병관리청 측은 국민 건강 보호와 공공복리를 위해 감염인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감염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제약이 되진 않는다"며 "비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감염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성적 자기결정권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목적의 정당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에이즈에 관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제19조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명확성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체액과 전파매개행위가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 정액과 달리 눈물, 땀 등이 전파가능성이 없는 체액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전파 경로는 성접촉, 혈액, 수직감염으로 3가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에이즈예방법이 다른 감염병에 비해 차별적이라는 주장에는 "서로 다른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며 "질병 특성이나 완치 가능성, 국민 법 감정 등이 다르다.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개변론이 시작되기에 앞서 오후 12시경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공동성명을 내고 "커다란 제도적 방해물이 여전히 남아 HIV감염인을 범죄화하고 있다"며 "HIV감염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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