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역직구' 열풍…日 중소기업 글로벌 진출 기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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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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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기준 對美·對中 수출 각각 10%·26% 증가

  • 역대급 엔화 약세가 중소기업 세계화 계기로

  • 온라인 플랫폼 개선되며 시장진입 '물꼬'

일본 도쿄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역대급 엔저에 일본 제품 가격이 해외 무대에서 저렴해지자, ’메이드인 재팬(Made in Japan)'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엔저가 해외 직구와 역직구 모두를 일컫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크로스보더 이커머스, cross-border e-commerce)’ 업계에 ‘훈풍’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중소기업들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진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급으로 싼 ‘메이드인재팬’…역직구 재열풍

 

2일 일본 경제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대(對)미국 수출액(역직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2조1382억엔, 대중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26% 늘어난 1조2224억엔을 기록했다. 대미·대중 수출액의 총 증가 폭은 약 10%에 달했다. 일본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서 미국과 중국은 2대 주요 상대국으로 통한다. 20만엔(약 191만원) 미만의 거래는 관련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금액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직구와 역직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직구’는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뜻한다. 과거에는 결제 시스템, 세관 통과 등 구매 과정이 복잡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외면받았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고꾸라지면서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일본 제품을 사들이는 역직구가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20일 엔화 가치는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일본 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엔화를 사들이면서 환율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으나,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 회복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2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7.92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 약세 효과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해외 구매자들이 일본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 이커머스 기업인 베노스(BEENOS)는 달러 강세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구매 빈도와 구매액이 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엔화 가치가 급락한 올해 들어 역직구는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베노스에 따르면 올해 1~6월 판매액 지수(엔화 기준)는 지난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80% 급증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7배에 달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북미 지역의 주문이 두드러졌다. 나오이 쇼타 베노스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전후에는 일본산 기저귀 및 기타 일상용품 판매가 인기를 끌면서 국경 간 전자상거래 붐이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액세서리나 시계 등 고가 사치품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구매 절차 등이 간편해진 가운데 급격한 엔화 약세에 힘입어 중소기업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진입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일본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커튼 제조사 쿠레나이는 미국 아마존닷컴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쓰다 요시로 쿠레나이 사장은 “엔화 약세가 이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일본 교토를 기반으로 도시락통 등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버틀란드(BERTRAND)는 올해 들어 월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증가한 1200만~1300만엔을 기록했다. 토스마 버틀란드 사장은 엔화 약세로 인해 마케팅 및 재고 구축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했다.
 
IT 발달로 인해 관련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 편의성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상품 설명 등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배송, 통관 서류 제출 등 관련 작업이 복잡해 중소기업들이 해당 시장 진입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생기고 수출입 통관 대행 등 관련 서비스가 늘면서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쉬워졌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시작했거나 이용을 고려 중인 중소기업은 48%로, 이는 대기업보다 약 10%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백서에 따르면 기업이 수출을 시작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쿠마노 히데오 다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소규모 기업에 비즈니스 구조와 경영을 변혁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일본 중소기업 글로벌 진출 가속화하나
일본 중소기업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활용도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22%로, 전 세계 평균(31%)을 밑돈다. 닛케이아시아는 “엔저가 지속되지 않더라도 일본 전자상거래가 성장할 여지가 더 많다는 점을 뜻한다”고 짚었다.
 
글로벌 전문 BPO 그룹인 트랜스코모스는 전 세계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2025년에 약 1조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품 차별화나 물류망 확보 등에서 고전하거나 신선 식품이나 미용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나라별 규제 대응 등의 어려움으로 고전하는 중소기업들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짚었다.
 
아마존 재팬은 자사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일본 중소기업들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역직구 훈풍을 시장 활성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아마존 재팬은 지난달 12일 일본 중소기업이 아마존의 플랫폼을 통해 영국이나 호주에 상품을 판매할 경우 마케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미국 역직구에 한해 시작한 지원 프로그램을 영국과 호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영국 역직구 판매에 대해서는 올해 10월, 호주에 대해서는 올해 12월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개시한다. 일본 참여 기업의 상품을 모은 ‘재팬 스토어(JAPAN STORE)'도 마련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의 소네 이치로 이사는 재팬 스토어에 참여하는 기업의 60%가 지방 기업인 점을 강조하며 “일본 각지에서 북미 시장에 직접 도전해 매출액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호주는 소득 수준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 대학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엔화 약세가 수입에는 마이너스, 수출에는 도움이 되는 가운데 국경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기업도 국가도 힘써야 할 분야”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술원 교수는 “사람이 줄어드는 나라(일본)에 앉아서는 (기업들의) 존속이 어렵다”며 “세계에는 소비자가 많이 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등과 잘 연계해 젊은 경영자들이 의욕적으로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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