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핑크 타이드' 정점…현 정권 '반감'이 승리 배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주혜 기자
입력 2022-10-31 13:5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라틴아메리카의 경제 대국 브라질이 '핑크 타이드'(분홍색 물결, 중남미에서 좌파 세력이 여럿 집권하는 현상)에 최정점을 찍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볼리비아 등 중남미 경제 대국들에 좌파 정권이 잇달아 들어서며 정치 지형의 판이 바뀌었다. 만성적인 빈곤,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 등이 좌향좌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전 브라질 대통령의 이번 대선 승리는 2020년 볼리비아, 2021년 페루, 2022년 3월 칠레 등 중남미를 휩쓴 좌파 물결의 최정점이라고 평했다. 신자유주의 우등생으로 꼽히던 칠레와 중남미 경제 대국 브라질까지 좌파로 돌아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그(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는 콜롬비아와 칠레 대선에서 좌파가 획기적인 승리를 거둔 후 중남미의 새로운 ‘핑크 타이드’를 공고히 했다”며 “20년 전 룰라 전 대통령을 세계 무대로 이끈 지정학적·정치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평했다.
 
핑크 타이드의 물결을 일으킨 가장 큰 기폭제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우루과이의 정치학자인 안드레 말라무드는 트위터를 통해 “남미에서 열린 지난 11번의 대선에서 좌파가 6번 승리했다”며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 나라 모두가 야당 후보를 뽑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지도자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좌파 정권의 승리를 이끈 셈이다.
 
이번 브라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실업 증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코로나19 대응책 등 주로 경제 문제였다. 비영리 단체인 G-10 파벨라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의 빈민가 지역사회 주민들은 일자리 창출, 의료 서비스 개선, 인플레이션 감소, 빈곤 퇴치, 교육, 부패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브라질의 실업률은 지난 7월 기준으로 9.1%에 달한다. 2018~2020년 동안 2~5%를 유지했던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한때 12%를 넘는 등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민단체 ‘식량 주권과 안보에 관한 브라질 연구 네트워크(PENSSAN)'에 따르면 3300만명의 브라질 국민이 충분한 식량을 살 여유가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말에는 약 1900만여명 수준이었다.
 
룰라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브라질은 연평균 4% 이상 성장했으며, 실업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근로자 10명 중 약 1명이 일자리가 없으며, 인구의 18.4%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대선 경쟁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역 전반에 걸친 이데올로기 재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좌파 이동은 유권자들의 현 우익 정부에 대한 불만의 산물”이라며 유권자들이 룰라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때의 향수에 젖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경제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벗어나는 행운이 따라야 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1.7%로 하향 조정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인도 등 다른 신흥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쿠바의 일당 체제를 옹호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룰라 전 대통령은 미국, 러시아, 중국 및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존경받는 글로벌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인 점에 주목했다. 미국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은 작다는 평이다. 이번 브라질 대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보우소나루가) 패배할 경우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을 통해 “위대한 인물을 선출할 기회가 왔다”며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