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흥종 KIEP 원장 "IRA, 위기이자 기회…보호무역 적극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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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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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사진=유대길 기자]

환율이 달러당 1440원을 웃도는 등 달러화 수급이 흔들리는 모습은 우리에게 잠재해 있던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25년 전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굉장히 크게 겪었기 때문에 다가올 위기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순대외자산과 외환보유액,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은 없다"고 강조했다.
 
"원화 방어 충분···선진국 반열 안착 위한 기회 마련해야"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9~12월 아시아 금융위기 전이에 따른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3개월 만에 53% 급등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동유럽 국가의 신용위험이 가중되며 7개월 사이 환율이 31% 뛰었다. 올 들어서는 20% 상승하며 과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는 "유로존,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원화 변동 폭이 눈에 띄게 크진 않다"며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잘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변동성은 실물 부문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정책이 통화스와프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 스스로 선진국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한 발을 선진국에, 한 발을 개도국에 딛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이젠 선진국으로 레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는 등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안한 국제금융·경제···내년 초까지 유의해야 할 변수 셋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사진=유대길 기자]


김 원장은 국제금융시장과 신흥국 시장을 좌우할 세 가지 요인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 경기 회복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과거 역사서에서나 볼 법한 기근·전염병·전쟁이 모두 발생한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우선 미국 통화정책이 과거와 달리 매우 매파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이 1년 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50bp(1bp=0.01%포인트) 끌어올렸는데 미국은 그 절반 기간인 6개월 사이 우리의 2배인 300bp 인상을 단행했다.

그는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된다는 입장이 아니라 현재의 높은 물가를 꺾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적으로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연준은 지금도 금리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당분간 물가에 집중할 계획임을 수차례 밝혔다. 현재로서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것을 기대하긴 이른 셈이다.

유렵 경제 상황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유럽은 동절기에 대비해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보다 단기적 생산 조절이 안 되는 천연가스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중국의 경제적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김 원장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며 "중국의 제20차 당대회 이후 완화적 정책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부동산 문제가 계속 중국 경제 발목을 잡아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4% 안팎, 내년에도 4% 이상 성장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에 압박을 주는 추가적인 제약 요인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원장은 "중국 경제 규모가 이미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6%대 성장으로 나아가긴 힘들다"면서도 "4% 수준으로는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3.2%, 내년은 4.4%로 예상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물류, 생산, 소비, 수출 등 대부분 경제활동이 매우 둔화된 영향이다.
 
동맹국 미국 vs 교역국 중국···거센 보호무역 속에서 국익 챙길 방안은?

특히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 변화를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 국가는 공급망 핵심 산업에 대한 자국 경쟁력 강화와 국제 협력을 통한 상품 공급망 다변화에 맞서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현재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봤다. 자칫 한국 입지가 축소될 우려는 있지만 긴 흐름으로 보면 오히려 유리한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예로 들며 "중간선거 이후에도 법안 수정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한·미 FTA를 체결한 만큼 차별화를 갖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 향후 2년 동안은 전기차 판매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해 현대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현대차그룹이 IRA에 따라 미국 정부에서 최대 2조3500억원 규모의 세액 공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IR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을 비롯한 중국산 배터리와 여기에 들어가는 광물·부품이 미국 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중국 업체를 따돌릴 계기가 될 수 있다.

동맹국 미국과 교역국 중국 사이에서 외교 균형을 잡기 위한 방안으론 "첨단 부문은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고 새로운 분야는 중국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국 내 제조업 강화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에 노력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일부 공정이 넘어가더라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공정은 일부라도 한국에서 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야만 첨단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개발·응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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