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주년' NC문화재단…윤송이 이사장 "마음껏 어지럽히고 놀아야 창의성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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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기자
입력 2022-10-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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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열린 '넥스트 크리에이티비티 콘퍼런스 2022'서 기자간담회

윤송이 NC문화재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NC문화재단에서 열린 '넥스트 크리에이티비티 콘퍼런스 2022'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재단 'NC문화재단'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NC문화재단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우리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창출' 등 방향성으로 여러 사업을 전개해왔다.

청소년 대상 창의 공간인 '프로젝토리'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 서울 종로에 마련된 이 시설은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을 목표로 운영된다. 프로젝토리 참가 학생은 스스로 생각해 프로젝트를 기획·실행·기록하는 등 과정을 거친다. 동물 쉼터를 짓고, 나만의 곡을 만들고, 나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원하는 어떤 프로젝트도 구현할 수 있다.

NC문화재단을 이끄는 윤송이 NC문화재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넥스트 크리에이티비티 콘퍼런스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아래는 윤 이사장과 일문일답.

-프로젝토리가 운영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NC문화재단은 엔씨 15주년을 맞이해 10년 전 시작됐다. 사회 환원과 우리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해 엔씨가 가진 경험과 역량을 활용,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왔다. 우리는 다른 재단들처럼 그때그때 필요한 계층에 도움을 주는 일도 하지만, 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일지 질문을 계속 해왔다.

게임은 여러 기술의 선도점에 있다. '게임'과 '플레이'를 생각하면, 새 기술·아티팩트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항상 플레이를 먼저 시작했다. 컴퓨터나 새로운 물질 등을 가지고 놀다가 유용성(utility)이 있을 때 실용적인(practical) 적용(application)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게임 회사는 20년 전에 비해 현재 사용하는 기술이 달라졌다. 주류(mainstream)로 가기 전의 기술들도 게임에 많이 활용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의 변화, 기술이 갖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 항상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혁신이 사회의 저변을 넓히고 활용되면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지 궁금증이 있다.

최근 미래 직업이 AI에 대체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적은 것 같다. 로봇이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보다는, 사람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 즉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창의성을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중요해진다.

엔씨는 게임 회사로서 이런 고민을 하며 자연스럽게 문제 의식을 느꼈다. 특히 창의성 교육은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기회가 덜 주어진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창의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NC문화재단은 10년이 됐지만, 이런 공간을 만드는 등 실제로 프로젝토리를 오픈해 운영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다만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은 맞다. 따라서 초기 결과, 가설의 결과, 임시적 방향성 등이 나오고 있는 단계다. 우리가 지금까지 학습한 것에 기반해 앞으로도 프로그램을 더 확장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계획이다."

-재단 설립 이후 실행한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NC문화재단을 만들면서, 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으면서 작지만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없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국내 아동 양육시설인 '소년의집'이 함께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소년의집에 있는 청소년들은 제한적인 환경으로 인해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고 싶었다.

MIT에는 학부생들이 학교의 지원을 받아 겨울방학 기간 해외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학부생 입장에서는 해외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프로그램을 소년의집에서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MIT 학생에게도 보람 있는 경험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이에 MIT와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전에도 소년의집을 오랫동안 방문해왔는데, 학생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 '진취적으로 꿈을 갖고 한번 해보자'라는 이야기에도 학생들의 반응이 크게 좋지 않았다. 아이들이 18살에는 독립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직업 훈련에 더욱 집중한다. 현실적인 고민이 큰 상황이라는 점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하지만 MIT 학생들과 한 달간 지내며 과학 수업 등을 들은 아이들은 크게 달라졌다. 소년의집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MIT 학생들과 손짓 발짓을 통해 관심을 갖고 배우려 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우주인, 대통령, MIT 진학 등 새로운 꿈을 이야기했고, 선생님들과 모두 큰 감동을 받았다.

MIT 학생들도 소년의집은 이탈리아·프랑스에 가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캠퍼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라고(웃음). MIT 학생들은 몇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온다.

프로젝토리에 오는 학생들 중에는 본인이 스스로 이곳을 찾아 오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하고 질문하고 싶어한다. 어른들이 좋은 환경을 많이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프로젝토리에 대해 항상 보람을 느낀다.

프로젝토리 초기에는 여러 가설을 세우고 시작했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님도 창의성은 뇌 과학과 많이 연관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프로젝토리 운영도 뇌에서 출발했다. 1960~1970년대 실험 중 뇌 과학자의 고양이 실험이 있다. 갓 태어난 고양이의 한쪽 눈을 가리면, 몇 달 후에는 이 눈을 못쓰는 장님이 된다.

다른 실험도 있다. 뇌 뒤쪽에 위치한 시력과 관계되는 부분의 뇌세포 중 세로를 보는 뉴런, 가로를 보는 뉴런 등이 모여서 물체를 본다. 고양이를 세로 줄무늬의 벽지에 둘러 쌓인 곳에 두고 몇 달이 지나면 또 눈을 못 보는 고양이가 된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로·세로·대각선을 봐야 모든 뇌 세포가 발달을 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이 실험은 시각에 한정돼 있지만, 마찬가지로 청각·후각 등 많은 자극에 노출이 되고 다양한 것을 자유롭게 봐야 뇌가 풍부하게 발달하고 여러 연결 과정이 일어나며 창의적인 뇌를 갖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프로젝토리는 여행을 통해 많이 보고, 많이 만져보고 만들어보는 활동들이 중요하다는 가설로 시작됐다. 아이들은 프로젝토리를 통해 마음껏 어지럽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중심에서 무언가를 마음껏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은 럭셔리(사치)라고 생각한다. 덕트 테이프 등 재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창의성을 발현하고 뇌를 자극하는 데 중요하다. 이것이 하나의 축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활동한 학생일수록, 자기 평가를 했을 때 창의적 자신감이 많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우리의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토리를 더 발전시키려 한다."

-NC문화재단이 엔씨와 별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긴 하나 '게임'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본다. 엔씨가 잘하는 게임을 활용한 창의 교육, 미래 세대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준비하는 부분이 있나.

"게임을 제작하는 것과 달리 엔씨가 가진 무형의(intangible) 자산인 '플레이에 대한 이해, 동기 부여, 새로운 학습' 등을 공간으로 만든 것이 프로젝토리다.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모두 녹여서 만들어낸 곳이다.

사회의 질적 향상, 소외계층을 실질적으로 돕는 것이 우리 재단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보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무언가를 어지럽히고 서로 연관이 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기회는 소외 계층일수록 마음껏 경험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 우리가 정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AI로 인해 사회가 변화하면, 창의성·문제해결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단과 같은 주체가 신경을 써야 한다.

프로그램을 더 확산하면 좋겠지만, 일단은 정착해 나가는 단계다. 앞서 광주 비엔날레에 부스를 만들고 임시로 운영을 한 적이 있다. 주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앞으로 (프로젝토리 프로그램을) 어떻게 확산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NC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AI 윤리교육도 프로젝토리와 연계되나.

"떨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프로젝토리는 공학적인 과학자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젝토리에 온 학생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멤버가 있다면 충분히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씨는 환경·사회·투명경영(ESG) 활동 점수가 타 게임사에 비해 높다. 특히 게임 업계는 E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은데. 엔씨는 E를 얼마나 더 신경쓰고 보완하고 있나.

"E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엔씨는 새 사옥을 설립하며 초기 설계 단계부터 탄소 중립적 등 기준에 맞는 건물 설립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빌딩 안에서 직원들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IDC) 전력 감소 등 환경오염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AI 윤리 관련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ESG 활동 시 AI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있나.

"AI는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프로세스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AI는 우리가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새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류(classification)를 배운다.

가령 은행이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그간 성공을 해왔으니 앞으로도 해당 유형의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하자. 현재까지 많은 지원을 받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게 된다. 이 가운데 기회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편견을 극복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있다. 이 논의를 건너뛰고 AI의 편견을 확대 재생하고 고착화한다면 우리가 발전해온 것을 뒤로 되돌리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가 경계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AI에게 이러한 사례를 개별적으로 하나씩 짚어주면 끝이 없다. 때문에 프로그래밍 엔지니어가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며, 현장에서 질문하고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젊은 세대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AI를 더 많이 활용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구글에 '최고경영자(CEO)'를 이미지 검색하면 백인 남성 사진만 노출됐다. AI가 해당 데이터만 학습했다는 뜻이다. 이미지 탭을 넘겼을 때 나오는 첫 여성 이미지는 CEO인 바비 인형이었다.

이처럼 편견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문제의식을 갖고 볼 수 있다면, 사회적 논의로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결과로 가기 힘들다. 이런 맹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토리에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할 계획도 있나.

"아직은 없다. 프로젝토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청각·촉감을 통해 뇌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고, 문제해결적인 부분을 자극하려고 한다. 어떻게 메타버스로 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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