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팔순에도 건강은 이상무? 바이든, 트럼프와 '운명'의 재대결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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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2-10-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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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5일 포틀랜드 배스킨라빈스 가게앞에서 지폐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려고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8일 CBS 일요 TV쇼 '60 Minutes'에서 스콧 펠리 진행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에 도전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했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은 솔직했다. 다시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건 의사일 뿐이다. 그러나 나의 재선 출마가 확고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But it's just an intention. But is it a firm decision that I run again? That remains to be seen)."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20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팔순을 맞는다. 미국 중간선거가 실시된 후 2주 정도 지날 무렵으로 80세 생일을 계기로 미국 언론은 그의 건강 상태와 재출마 의지를 본격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50년 전인 1972년 29세 나이에 최연소 상원의원 당선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그에겐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졌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취임 직후부터 바이든의 재출마는 지대한  관심사였다. 바이든은 지난해 79세 생일을 가족과 함께 델러웨이주 윌밍튼의 고향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올해는 큰손녀딸 나오미 바이든(28) 결혼식이 백악관에서 80세 생일 바로 전날인 11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나오미 결혼식 참석차 이미 워싱턴에 도착한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생일 파티는 백악관에서 치러질 예정인지라 언론의 집중 조명을 피할 수가 없다. 바이든이 자신의 재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나이와 건강 논란이 다시 불붙지 않을까 백악관 참모들은 걱정하는 분위기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2년 후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다면 82세 나이에 2기 임기를 시작하고 그의 후계자가 취임식을 할 때는 86세다.  2020년 대통령 선거운동에 뛰어들기 전부터 그에겐 '실언 제조기(gaffe machine)'라는 별명과 함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이를 의식해 선거 운동 기간 자신을 차세대 리더들과 연결고리, 즉 '가교 후보(bridge candidate)'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리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러닝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57) 현 부통령이나 다른 젊은 인물이  2024년에 대선 주자 배턴을 이어받으리라는 분석도 적지 않게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몸이 더욱 수척해지고 머리도 더 빠졌으며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 4월엔 연설 직후 허공에 손을 내밀고 악수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공개석상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건강이상설이나 치매설을 제기하곤 했다. '60 Minutes'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자신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 없이 대통령 일정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반도체산업 육성법, 인플레리션 감축법(IRA)과 같은 입법 성과에 대해서도 "늙은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10일 후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재키 월러스키 하원의원 이름을 부르며 "재키, 여기 있나요"라며 찾는 듯한 모습을 두고 백악관 기자회견실에서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선 재출마와 관련해 바이든 발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오랜 정치적 역정에서 모든 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바이든의 성격상 그는 실제로 최종 결심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결단은 오는 11월 8일 실시되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는 '60 Minutes'에서 "내가 할 일을 하다가 다음 선거 뒤에 알맞은 시간에, 내년으로 접어들 때 무엇을 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달 초 'CNN Tonight'의  제이크 테퍼와 인터뷰하면서 만약 자신이 다시 출마한다면 트럼프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나이보다 능력으로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판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가 출마한다면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출마해서 '운명'의 재대결을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2024년 대선 전초전인 미국 중간선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대한 불복 운동과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 낙태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치르는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2024년 대선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결국 선거 이후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화당의 중간선거 예비선거에 지지 후보를 거듭 발표하면서 지난 대선이 도난당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사태와 관련해 공화당 내부에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파 간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는 현재로선 공화당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선동했다는 혐의와 탈세 등 각종 수사와 소송에 휘말려 있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치른 이후 여론의 향방을 살피며 2024년 대선 출마를 최종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중요한 정치적 결심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만약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차기 대권 출마 구도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을 되찾은 공화당은 탈세 논란에 휘말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추진해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며 급속히 레임덕에 빠지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권의 모든 이목을 차기 민주당 대선 경쟁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의 불출마를 전제로 해리스 부통령,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여러 명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6년 임기인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2년 임기인 하원 435석 전체를 다시 선출한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6석, 상원에서 1석만 더 확보하면 양원에서 다수당이 될 수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공화당 양당 구분 없이 대통령 소속인 정당이 승리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유권자들이 중간선거를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웨이크업 콜 (wake-up call)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민주당은 의료보험 개혁에 반발한 공화당의 '티 파티' 세력에 의해 하원에서 63석을 잃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하원을 민주당에 넘겨주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하원의 공화당 우세는 굳어졌고, 상원을 민주당이 수성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초박빙 승부를 벌였던 5개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곳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이달 9일 기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을 70%로 예측한 반면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을 고수할 가능성을 67%로 보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이번 봄만 해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바이든의 지지율 폭락으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는 '붉은 물결(Red Wave)'을 예상했던 분위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올여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법안 통과와 함께 연방 대법원의 낙태법 폐지 후폭풍 영향으로 바이든 지지율이 반등한 결과다. 


낙태법 폐지, 학자금 탕금···민주당에 기회 주나


사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각종 악재 속에 어떤 문제로 유권자 표심을 자기들에게 끌어올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올해 6월 24일 연방대법원은 지난 49년간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었다. 그동안 줄기차게 낙태권 폐지를 주장했던 공화당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재 연방 대법관 9명 중 6명은 보수 성향이며 이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물로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작품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연방대법원의 낙태법 판결에 대한 반발에 힘입어 민주당이 결집하고 여성 유권자 투표율은 이번 선거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 중 또 하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학자금 탕감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고 끝에 1인당 최대 2만 달러(약 2900만원)를 탕감해주는 이 조치를 의회와 협의하거나 승인하는 절차 없이 행정명령 형태로 내놓았다. 미국 내 학생에 수천만 명게  혜택을 주는 이번 조치는 향후 10여 년에 걸쳐 예산이 약 4000억 달러 소요되는 조치로 공화당은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행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심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여론과 함께 이번 조치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경제적 고통을 크게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여론이 팽팽하다. 

민주당은 학자금 탕감 조치 등 각종 포퓰리즘 정책, 낙태법과 트럼프에 대한 논란이 그동안 인기 없는 대통령과  집권당이 패배하던 중간선거의 역사적 전통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미국 유권자 마음이 그들에게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의 초라한 경제 성적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리를 '자이언트 스텝'으로 연속해서 올려도  장바구니 물가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유권자 표심은 결정적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공화당에 넘겨주는 참패를 한다면 ‘트럼피즘’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허리케인이 다시 미국을 두 동강 낼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이 만약 상원이나 하원 중 한 곳이라도 승리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2024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완전히 깨고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지킨다면 바이든은 나이는 오직 숫자에 불과하다며 대선 출마를 조기에 공식화할 수도 있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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