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듣는 리빌딩] 박지원 "尹 '담대한 구상' 종말...北 변화 조건은 '싱가포르 정신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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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윤혜원·김정훈 기자
입력 2022-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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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위험한 길로...尹, 바이든 설득해야"

  • "싱가포르 합의·'행동 대 행동'에 美 유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이 이달과 다음 달 사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북핵 문제는 남북도, 북·중도 아닌 북·미 문제”라며 “북한 핵실험 위기는 한국과 미국이 자업자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가 싱가포르 합의로 복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박 전 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위험한 길 택한 北···韓·美 자업자득 결과”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사실상 제7차 핵실험만 남은 상황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 핵실험은 다음 달 중국 당대회 이후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 사이에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독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연임에 성공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어떤 핵보유국도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북한만 한다. 북한은 상당히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
 
-북한이 위험한 길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한국이 자업자득한 결과다. 북핵 문제는 남북이나 북·중 문제가 아니라 북·미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에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를 맺었다가 하노이 회담에서 엎어졌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난 몇 년간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실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안 했는데 미국은 해준 것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은 싱가포르 합의가 결실을 보도록 미국을 설득했어야 했다.”
 
-담대한 구상을 설파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이미 끝났다. 한국이 아무리 북한을 향해 강경하게 얘기해도 김 위원장은 콧방귀도 안 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대북특사 소용 없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떤 방안을 제시하며 설득해야 하나.

“싱가포르 합의 복원이다.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행동 대 행동’으로 요약되는 ‘점진적 해결’ 방안이다. 미국이 사전에 북한 핵실험 중단 등에 대한 대가를 약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의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대북특사를 파견하거나 남북 비공개 논의를 해왔다. 현시점에서 이런 작업의 필요성은.

“북한에서 안 받을 것이다. 코로나19 문제 때문이다. 국경 차단을 엄하게 하고 있지 않나. 김 위원장이 평양 주재  중국대사도 2년 넘게 안 봤을 정도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야 움직일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둘러싼 신구 정권 간 극심한 정쟁이 남북 관계 악화에 변수가 될까.

“김 위원장은 기분 안 좋을 것이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에 개미 한 마리만 보여도 총 쏠 태세였다. 이 사건은 북한에서 발생한 일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헌법상 북한 영토는 우리 영토고 북한 국민도 우리 국민이지만 하위법은 그렇지 않다. 이런 법적 다툼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에서 일어난 일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죄송합니다’가 힘들면 두 자로 해라”
 
-윤석열 정부 핵심 리스크는 무엇일까. 대통령 자신 혹은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윤 대통령의 윤핵관은 본인이다. 대통령의 총체적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지 않다. 대통령 내외는 마음대로 말씀해서도 안 되고, 돌아다녀도 안 된다. 이를 어긴 대가가 이번 해외 순방에서 불거진 조문 실패다. 대통령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내외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반등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시작은 사과다. 이번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여러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순방 후 2주일여가 지난 지금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금세 사과한 모습과 대조된다. 다섯 글자면 된다. ‘죄송합니다’ 안 되면 두 글자로 줄여라. ‘쏘리(sorry)’.”
 
◆“사과 안 하는 尹···참모진이 문제”

-윤 대통령이 왜 사과를 안 한다고 보나.

“참모진이 문제다. 대통령실이 MBC에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영상을 송출한 데 대해 보도 경위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제가 윤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면 안 보냈다. 언론탄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보내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참모가 할 일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참모진 개편 없이 윤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인적 개편 과정에서 야당 인사를 발탁한다면 누가 유력할까. 또 윤 대통령이 박 전 원장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보수 불문하고 좋은 인재는 많다. 저는 늘 두 가지를 조심한다. 첫째, 박지원이 한 언행의 결과는 박지원이 책임진다. 둘째, 출세하든 돈을 벌든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 제게 많은 구설이 있었지만 기업인들과 교류가 없었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박 전 원장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2년 전에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나.

“똑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 인생에서 가장 나쁜 것은 포기와 좌절이라고. 넘어져도 돌멩이 하나라도 갖고 일어나야 한다고. 전화위복으로, 앞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살고 있다. 하루에 1만5000보를 걷고, 일주일에 세 번씩 헬스장에서 PT를 받고, 일요일마다 등산을 한다. 등산하다 다친 발목이 나으면 강연을 많이 다닐 계획이다. 검찰이 내 입까지 압수수색할 수는 없으니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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