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發 인플레 공포 재부상…"유가 둔 승자 없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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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0-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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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 [사진=AFP·연합뉴스]

승자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OPEC+(플러스)가 감산에 나서면서 잠깐이나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되살아났다. 유가가 꿈틀거리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산유국도 서방도 모두 경기침체 직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OPEC+ 감산 소식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선물 가격은 1.4% 상승한 배럴당 87.76달러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88.42달러까지 치솟으며 3주 만에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OPEC+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11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으로, 200만 배럴 감산은 세계 수요의 2%에 달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구성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던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지난 4개월간 32% 하락했다. 그러나 OPEC+감산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오름세를 타는 모습이다.
 
감산이 결정된 뒤 백악관은 "근시안적 결정"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내린 실망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당장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속은 탄다. 휘발유 가격 안정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였듯, 유가는 미국 민심의 척도가 되고 있다. 유가에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미국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11월 전략비축유에서 1000만 배럴을 추가 방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축유 방출로는 한계가 있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는 것보다 OPEC은 더 오랜 기간 감산을 고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법무부가 소송을 통해 산유국의 가격 담합에 제동을 거는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의 카드가 거론된다. WSJ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원유의 미국, 유럽 수출길을 여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산유국 역시 물러날 기색이 없다. OPEC의 핵심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티미프리 실바 석유자원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OPEC은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가격을 원한다”며 “(유가가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경제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시장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공급 억제는 내년 말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번 감산에는 정치적 요인도 고려됐다. G7(주요 7개국)이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승인한 데 대한 반발심이다. 에너지애스팩트의 암리타 센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는 매우 정치적이며 가격상한제에 대한 OPEC의 불만을 나타내는 매우 분명한 신호”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산유국과 서방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러시아의 불법 영토 합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적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대러 제재에 합의했다. 

고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터져나온다. 덴마크계 투자은행인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헤드는 "이 결정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함에 따라 FOMC가 더 오랜 기간 긴축을 유지할 위험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강달러, 국채 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침체를 야기해 결국에는 (경제가)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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