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 사용료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 계류

  • 전용 회선 구축한 ISP, 망 사용료 요구는 합당해

  • 글로벌 CP, 캐시서버 통한 연결...트래픽 문제 없어

  • 콘텐츠 업계, 창작자 등 제3자 영향 고려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사이의 소송에서 시작한 망 사용료 갈등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발의된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입법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구글코리아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를 통해 최근 ISP와 CP 사이의 화두로 떠오른 망 사용료 논쟁에 대해 질의할 전망이다.

◆SKB와 넷플릭스 소송에서 시작된 논쟁, 수 년간 공방 이어져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SKB) 측에 따르면 SKB는 지난 2018년 5월, 글로벌 CP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국내에 원활하게 전송하기 위해 일본의 인터넷 교환 포인트(IXP) BBIX와 SKB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전용 회선을 만들었다.

IXP란 전 세계 CP와 ISP 등이 상호 접속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다. 방식은 크게 모든 CP와 ISP에 개방된 퍼블릭 피어링과 특정 기업 간의 계약으로 만든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퍼블릭 피어링은 상호 합의나 계약 없이 트래픽 전송이 가능한 반면, 전용 회선을 통해 직접 연결되는 프라이빗 피어링은 합의나 계약이 필요하다.

그간 넷플릭스와 SKB는 시애틀에 있는 IXP 'SIX'를 통해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가 늘어나고, SIX를 통한 연결로는 한계가 생겼다. 이에 양사는 2018년 일본으로 연동 지점을 바꾸고, 2020년 홍콩을 추가하는 등 전용 회선 구축에 나섰다.

SKB는 2018년 이후 전용으로 구축한 프라이빗 피어링에 대해 넷플릭스에 이용 대가를 요구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기존 SIX에서의 퍼블릭 피어링 관계가 새로 구축된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2020년 4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즉 ISP에 제공해야 할 비용이 없다는 의미다. 법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SKB의 손을 들어줬으며, 넷플릭스는 항소해 현재까지 항소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을 위해 논의 중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ISP와 CP 사이에 불합리한 조건의 계약 금지, 적정한 대가 산정 의무 부과 등이다.

ISP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지지했다. 일부 대형 CP를 통해 발생하는 대규모 트래픽으로 인해 ISP의 인프라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큰 수익을 내는 CP가 이를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중소 CP와 콘텐츠 창작자 피해 예상...영향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선례가 돼, 향후 국내 CP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SP와 비교해 중소 CP는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근 콘텐츠 환경은 글로벌 플랫폼 역할을 하는 CP 위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창작자가 활동하는 환경인 만큼 이를 고려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법안은 공공성에 대한 접근을 우선시해야 한다. ISP 역시 충분한 이윤을 가져가야 하지만, 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는 적정이윤을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입각해 공공성을 확보하면 인터넷 망이 모든 국민, 모든 사업자에게 적절한 비용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문체부로부터 받은 공식 입장에 따르면 문체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대형 글로벌 사업자에 대해 이용료를 부과하자는 취지"라며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통신망 비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 이익이 저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CP에 대한 대응 취지가 자칫 국내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 혹은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전용 회선 등 단위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문제를 전체 인터넷 생태계 문제로 확대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가천대 최경진 교수는 "글로벌 국내 CP가 해외에 진출할 때도 같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제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국제적 관점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 논의해야 할 것은 전체 인터넷 접속 문제가 아닌 개별 ISP가 만든 단위 네트워크(전용 회선)에 대한 이용료"라고 밝혔다.

◆대형 CP의 사회적 책무는 세계적인 추세...공공성 위한 기금 조성도 고려해야

반면 통신업계에서는 '공유지의 비극'을 우려했다. 글로벌 CP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익자인 CP가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달 26일 해당 법안에 대해 "국내 ISP가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 네트워크 확충과 고도화에 사용하는 등 성장체계가 구축된다면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며 "인터넷은 사용자와 CP 모두를 고객으로 하는 양면 시장이며, 인터넷은 무료라는 주장이 득세하면 ISP가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글로벌 통신업계에서도 이와 비숫한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량 트래픽을 일으키는 글로벌 CP가 생태계를 위해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GSMA는 "늘어나는 트래픽을 처리하고 서비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ISP는 네트워크 용량 확장, 커버리지 확대 등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 생태계 참여자가 공정한 수익을 낼 기회를 가지도록 업계, 이해 관계자, 정책 입안자 등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책무 기금 조성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과방위 소속 박완주 의원은 "망 사용료 논쟁과 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책무 논쟁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공정기여법'을 발의하는 등 이를 강조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ISP와 대형 CP 논쟁의 본질은 늘어난 트래픽에 따른 망 품질 유지를 위한 책임 범위·역할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구성하는 사업 대상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조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금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망 사용료에 대한 법제화와 관련해 글로벌 ISP와 CP도 주목하고 있다. 국제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3일(현지시간) '이동통신사업자가 직면한 글로벌 네트워크 투자요구에 대한 성명'을 통해 시장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해당 입법 논의에 대해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반대해 달라는 공지를 공식 블로그에 게시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CP에 해당하는 콘텐츠 플랫폼과 여기서 활동하는 콘텐츠 창작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사기업 간 계약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ISP와 CP 간 갈등 영역에 입법부가 선을 긋는 셈"이라며 "잘못 그은 선은 되돌리기 어렵다. 선을 긋는 근거가 명확한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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