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비싼 중고 전기차···보조금보다 많은 웃돈 '돈벌이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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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2-10-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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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차 가격 6135만원 현대 '아이오닉6'

  • 보조금 1200만원 받고 4900만원 구매

  • 1500만원 비싼 6600만원에 매물로

  • 전기차종 인기에 1년 이상 출고지연 틈타

중고차 값이 신차 가격보다 비싸지는 기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 이상 늦어지자 웃돈이 붙은 중고차가 매물로 거래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중고차 매매 가격이 보조금 혜택을 받은 신차 실구매가보다 1500만원 이상 비싼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3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6 롱레인지 프레스티지 모델이 66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2022년 9월식, 주행거리는 10㎞에 그친다.

해당 모델의 신차 가격은 6135만원이다. 차주는 전기차 보조금 1200만원을 받아 4000만원대 후반에 차량을 구매했지만 1500만원 이상의 웃돈을 붙여 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트림의 또 다른 매물은 6390만원에 나왔다. 옵션가격을 빼도 실 구매가격보다 895만원가량 웃돈이 붙었다.

주행거리 40㎞짜리 아이오닉6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모델도 5800만원에 중고 매물로 나왔다. 신차 가격은 5605만원으로 이 모델 역시 1000만원 이상의 보조금 혜택을 받았지만 중고차 판매가격은 판매자의 실 구매가격보다 88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

여기에 구매자가 판매자의 거주지역과 다를 경우 보조금 환수액 2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2년간 관내에서 의무 운행돼야 한다. 의무운행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타 지자체 주민에게 되팔 경우 보조금의 최대 70%를 토해내야 한다. 이 금액 역시 구매자가 지불하라는 것이다. 

다른 인기 중고 전기차 가격도 신차 가격을 넘어서고 있다. 출고된 지 1주일 된 기아 EV6 GT라인은 619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주행거리는 13㎞에 불과하다. 200만원 상당의 옵션을 더한 차량 가격은 6195만원이지만 보조금을 지원받은 실 구매가는 5725만원이다. 중고차 판매가격은 465만원 높여 책정한 셈이다. 출고된 지 10개월 된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도 700만원가량 인상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역전하는 이유는 신차 출고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계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길어지면서 전방위적인 차량 부품 수급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6의 출고 대기 기간은 1년 6개월이 넘는다. GV60은 12개월, EV6는 14개월이 지나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차량 출고 지연에 지친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차급 중고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주문대기물량은 100만대를 넘는다. 현대차·기아는 수출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 조금씩 해소돼도 국내 신차 출고대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이같이 신차 보조금 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도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커지며 이를 사업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보조금을 줄이고 전기차 충전기 등 인프라에 투자를 강화하면 전기차 보급도 활성화되고 보조금 악용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6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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