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뉴노멀'이라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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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9-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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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움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는 크게 요동쳤다. 며칠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발표 못지 않은 파장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문제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페드 리슨스(Fed Listens)' 행사 환영인사에서 "정책 입안자로서 이 어려운 시기에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행사에서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통찰력은 우리가 미국 경제의 '뉴 노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려움과 기회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리나 경제 전망과 관련 다른 구체적인 말은 없었다. 

하지만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두 단어의 힘은 충분히 셌다. 증시를 올해 최저치로 짓누를 만큼 무거웠다. 투자자의 전망을 캄캄하게 만들 만큼 강력했다. 가뜩이나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 가운데 고금리·저성장 장기화 우려에 대못을 박았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쓰이던 단어가 경제에 적용될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던 만큼 충격이 큰 분위기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로 바뀐 분위기는 빠르게 지구촌 전체를 덮쳤다. 달러 가치는 지칠 줄 모르고 올랐다. 반면 파운드화 가치 역대 최저치, 유로화 가치 역대 최저, 엔화 가치 역대 최저까지 '역대'라는 수식어가 빠짐없이 붙는다.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달러·원 환율은 1400원대를 돌파했다.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주변 사람들의 온도 차이도 느껴진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기자 주변의 분위기는 아쉬움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해에 투자를 더 크게 했어야 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쉬움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이러다 새로운 금융위기가 오는 거 아니냐"는 한숨 섞인 걱정도 들린다. 

돌아보면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는 길고 길었다.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와 2013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 2015~2016년 중국의 경착륙 우려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당시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 침체 우려 국면에서 한국의 상황은 좋지 않다는 말이 많다. 

파월 의장이 사용해 주목받은  '뉴 노멀'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등장한 지 2년이 넘었다. 코로나의 첫 발병이 2020년이었으니까 말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모든 것이 글자 그대로 새로운 표준이 됐다. 코로나 2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번 뉴노멀은 얼마나 오래 갈지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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