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2차 세계대전 후 첫 극우 돌풍…멜로니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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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9-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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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사진=AFP·연합뉴스]

“유럽 극우의 새 얼굴.”
 
미국 타임지는 최근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를 이처럼 평했다. 변방에 있던 극우 정당을 유럽 정치 무대의 한가운데로 끌고 온 멜로니 대표의 전략은 유럽 전역 극우 정당의 ‘표본’이 돼, 프랑스나 독일에 잠재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극우적인 성향의 내각 탄생을 앞두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독재자이자 파시즘 국가를 탄생시킨 베니토 무솔리니의 추종자로 통한다.

그러나 멜로니 대표는 파시즘과의 연결 고리를 부인한다. 출구조사에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 후에도 멜로니 대표는 '중도 우파'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며 “이탈리아 국민은 Fdl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정부에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해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멜로니 대표의 Fdl은 무서운 속도로 부상했다. 4년 전 총선에서 득표율이 4%에 불과했던 Fdl이 깜짝 돌풍을 일으킨 배경으로는 보수 전반을 포용한 이미지 구축이 꼽힌다. 고물가 등 경제난으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극우 색깔을 완화한 우파 연합이 유일 야당으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이다.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Fdl은 무솔리니의 사망(1945년) 후 등장한 네오 파시스트 운동에 뿌리를 둔다. 멜로니 대표는 15살 때 네오 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조직에 가입했다. 극우 운동을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2006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008년에 중도우파 성향인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이탈리아 최연소(31세) 장관이 됐다. 
 
멜로니 대표는 이번 선거 유세 기간 극우 색깔을 지우고, 가족 가치의 수호자,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지지자, 여성, 어머니,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 본인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나는 조르자, 나는 여성, 나는 엄마, 나는 이탈리아인, 나는 크리스천이다”라는 조르자의 연설과 비트를 섞은 ‘조르자 멜로니 리믹스’는 유튜브를 강타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또한 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추진했던 2000억 유로의 EU 원조 확보를 위한 개혁안에 동의하는 등 드라기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타임지는 “멜로니는 유럽의 극우 정당을 새롭게 브랜드했다”며 “반이민 정책 등 유럽 극우 정당들과 동일한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이 같은 이미지를 엷게 해 광범위한 지지율을 얻었다”고 평했다. 이어 “유럽 극우의 새로운 얼굴, 세련되고 선거에 정통한 정당”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집권을 시작하며 극우 색깔을 강하게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멜로니 대표는 유세 기간 불법 이민자, 이슬람화, 좌파 정치인들의 위협으로부터 ‘신, 조국, 가족’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 내정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멜로니 대표는 최근 “이 나라를 억압하는 권력 체계로부터 해방할 것”이라면서 EU, 세계화, 외국인 이주, 성소수자(LGBT)에 반대한다고 했다.
 
멜로니 대표의 집권이 오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극우 색깔을 지울 경우 Fdl의 핵심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다. 반면 극우 성향을 밀고 나갈 경우 중도 우파가 이탈할 위험이 크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6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우파 인물들이 언제든 멜로니 대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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