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최희서 배우가 말하는 기적 같은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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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10-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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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희서. 그는 바쁜 배우 생활 속에서도 항상 끊임없는 기록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때로는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런 순간들이 기적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최희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희서 배우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Q.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기적 같은 일은 뭔가요?
A. '동주'의 신효식 감독님을 만났던 순간이요. 제가 지하철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시고 명함을 건네주셨던 그날이 제게는 기적 같은 날이에요.
 
Q. 배우는 어쩌다가 하게 됐나요?
A.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대학생 때 연극부 동아리를 하면서 시작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고요. 학교를 다닐 때 '킹콩을 들다'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배우가 됐어요.
 
Q.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이겨내나요?
A. 슬럼프를 이겨내기보다 '이런 날도 있지'라는 생각을 해요.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생각 자체가 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거든요.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질 때 여유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Q.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서 선택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지 않나요?
A. 불안감은 있긴 있지만 불안감이 저의 발목을 잡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불안한 건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Q. 20대의 배우생활과 30대의 배우생활은 또 다를 것 같아요.
A. 20대 때 좀 더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슬럼프가 아닌데도 슬럼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을 하다 보면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오디션이라는 건 수백 수천 명 중에 배역에 맞는 한 사람을 뽑는 거잖아요. 근데 20대 때는 오디션에 떨어지면 우울해했었는데 30대 때는 '2000명 중에 한 명 뽑는 건데 그 한 명이 나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유가 생겼어요.
 
Q.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나요?
A. 상호 이해가 중요하죠. 한 방향인 이해는 관계가 완벽히 형성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서로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의견이 나랑 안 맞아도 그걸 이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배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뭔가요?
A. 배우를 하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요.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생각하면 그 행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심리적인 배경을 신경쓰게 돼요. 배우라는 직업은 심리가 동적인 요인이 돼서 연기로 이어지는 건데 사람들이 보는 건 스크린에 비치는 모습이거든요. 근데 이 사람이 하는 행동과 심리를 알아야 되니까,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는 더 신경을 써요.
 
Q. 배우를 하고 여러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갖고 가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배우를 하면서 더 호기심이 많아졌어요.
 
Q. 최희서 배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뭔가요?
A. 책을 출간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책을 사서 볼까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우리는 유튜브나 틱톡같이 SNS에서 수많은 정보들을 받아내고 있는데 책을 사랑하고 책을 사서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왜 책을 사서 읽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Q. 이 일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A. 처음에는 저의 자기만족으로 했는데 요즘에는 사명감이 있어요. 시간을 할애해서 저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한테 어느 정도의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고 그런 사명감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줘요. 재미뿐만 아니라 관객 분들에 대한 사명감도 있어요.
 
Q.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최희서 배우와 가장 닮은 캐릭터나 하루를 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A.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요. 저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용감하긴 한데 그래도 제가 여태까지 한 것 중에 저와 제일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를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는 없어요. 제 자신으로 사는 게 제일 편해요.
 
Q. 최희서 배우의 소확행은 뭔가요?
A. 아침에 커피 한잔이요. 커피를 엄청 좋아해요. 하루에 5잔 정도 마시거든요.
 
Q. 인생이라는 영화 속에서 원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있나요?
A. 첫 장면은 가족과 함께 놀러가는 장면이었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장면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는 저 혼자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Q.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나요?
A.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도 다음 작품 준비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요. 그리고 책이 나왔으니까 책에 대한 리뷰 생각이 많아요.
 
Q.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박열'이라는 영화를 홍보하면서 제작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까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보면 어떻겠냐는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책을 낼 거라고 생각은 못 해서 걱정은 됐는데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에 대한 겁은 없어서 해보자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죠.
 
Q. 기록의 쓸모를 언제 가장 크게 느끼세요?
A. 기록을 할 때는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근데 언젠간 떠올리고 다시 찾아볼 때가 있는데 다시 찾아봤을 때 기록할 때는 못 느꼈던 것들이 정리 되는 것 같아요. '박열' 제작기의 경우는 관객들한테 소개를 하기 위해 썼어요. 근데 썼을 때는 몰랐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까 과거의 기록들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배우로서의 최희서, 감독으로서의 최희서, 사람으로서의 최희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A. 다 똑같아요. 글 쓸 때도 비슷하고요. 저는 뭔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내는 편이에요. 제 직업이 사람들을 탐구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나 이제부터 알아야 될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갖는 편이에요.
 
Q. 직업병이 있나요? 그리고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 같은 것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에요.
 
Q.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는 편인가요?
A. 올해 13년 차라서 아직 선배님들에 비해서는 그렇게 오래했다고 못 느껴요. 아직까지는 오래하는 비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제 자신이 그렇게 오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50살 정도 되면 알지 않을까요?(웃음).
 
Q. 최희서 배우의 꿈은 뭔가요?
A. 지금은 없고 그냥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래서 편한 상태예요.
 
Q. 마지막으로 하루하루 기적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어쩌면 기적은 비범한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매일 조금씩 느리게 일어나고 있을 뿐, 매일매일 하고 있는 일들이 기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오늘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15년 뒤에 만나서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게 기적이잖아요. 그 기적이 오늘이 있었으니까, 그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매일매일 조금씩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최희서 배우가 아주경제 독자들을 위해 전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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