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사와 '위임계약' 맺은 채권추심원...대법 "근로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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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9-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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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독립된 '위임계약' 형태로 고용된 채권추심원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별 채권추심원의 업무와 사측의 지휘‧감독 형태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2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고려신용정보와 위임계약을 맺고 서초지사에서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를 담당하는 채권추심원으로 일했다.

위임계약서에는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며, 위임직 채권추심인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회사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A씨 등은 퇴사하며 회사에 퇴직금을 청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 업무수행에 있어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실상 종속된 관계에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지점 사무실에 출근해 전산 시스템으로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사원증을 지참한 채 채무자를 만나 변제를 독촉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회사는 A씨의 업무 결과를 보고 목표 달성율과 회수 순위 등을 관리하거나 실적을 독려했다.

회사 측은 A씨 등에 대해 회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한 독립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 것일 뿐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1심은 고려신용정보 지사장이 채권추심원들의 출근시간, 근무태도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했다고 보고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정기적으로 본사에 보고하는 등 이 회사 채권추심원들은 대체로 근무기간 동안 회사에 전속해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회사가 A씨 등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는 등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며 1심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채권추심원들이 1인당 약 200~300건의 채권을 관리했는데, 채권의 추심순서와 구체적 추심방법을 스스로 결정해 추심업무를 수행했다”며 “회사가 채권추심원들에게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추심업무의 내용 또는 방법 등을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고, A씨 등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보수나 처우에 반영하거나 추심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또 “A씨 등 채권추심원에게는 고려신용정보가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A씨 등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고려신용정보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 등이 회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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