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헤어스타일 추천… 동네 미용실도 디지털 혁신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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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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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제희 퓨처뷰티 대표 인터뷰

  • 25년 스타일링 노하우 실험실 '나나로그'

  • AI가 헤어·재고 관리… 미적 영역 확장

박제희 퓨처뷰티 대표는 25년 차 미용인으로 청담동 미용실 ‘꼼나나’ 대표 원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퓨처뷰티]

#. 헤어스타일 변신을 위해 미용실을 찾은 A씨. 매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시술을 선택하고 평소 자신의 헤어 고민, 선호하는 옷 스타일 등을 묻는 항목에 자가진단을 마친다. 헤어디자이너 B씨는 전문가의 노하우가 알고리즘화된 ‘컨설테이션 솔루션’을 기반으로 A씨의 얼굴형, 두상 등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하고 A씨의 모발 상태에 적합한 시술 시간, 방법 등을 결정한다.
 
뷰티테크 스타트업 퓨처뷰티가 꿈꾸는 미용실의 가까운 미래다. 퓨처뷰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미용사가 고객 상담 시 참고할 수 있는 컨설테이션 솔루션 △고객 관리 프로그램(CRM) △재고 관리‧자동 주문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퓨처뷰티가 운영하는 미용실 ‘나나로그’에선 이 같은 방식이 일부 도입된 상태다.
 
박제희 퓨처뷰티 대표는 최근 나나로그 성수점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정보기술(IT)을 도입하면 미용업을 혁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K-뷰티가 발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미용업은 혁신하지 못한 채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박 대표는 “동네 미용실은 여전히 1인 자영업자가 고객 응대부터 시술, 청소, 재고 관리까지 홀로 하고 있다”며 “업무 과다로 인해 최신 트렌드 학습이나 기술 개발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전국에서 폐업하는 미용실은 매년 550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에 있는 미용실 수는 약 11만개,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하지만 종사자 대부분은 영세한 편이다. 2020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미용실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전체 3.7%에 불과하다. 나머지 일반 미용실의 70%는 종사자 수가 4인 이하, 연간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에 그친다.
 

나나로그 홍대점 매장 전경 [사진=퓨처뷰티]

25년 차 미용인인 그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로 등판한 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에서다. 박 대표는 2016년 문을 연 청담동 미용실 ‘꼼나나’를 주축으로 유명 미용‧뷰티 브랜드 ‘꼼나나뷰티’ 사업을 키워왔지만, 미용 산업 및 종사자에 대한 가치나 사회적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미용업이 좋아서 이 일을 선택했지만 미용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선입견과 편견이 있다고 느꼈다”며 “이 분야에서 유학도 가고 박사 과정을 수료해 강단에도 서봤지만 그렇다고 미용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다. 결국 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때 박 대표를 찾은 건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다. 퓨처플레이는 뷰티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내 벤처 ‘퓨처살롱’의 첫발을 뗀 상태였다. 두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지난해 3월 퓨처살롱이 분사해 꼼나나뷰티와 합병하면서 퓨처뷰티가 출범했고,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나로그를 운영하며 뷰티테크 실험에 나섰다.
 
현재 퓨처뷰티에서는 고객 얼굴형과 두상, 목의 길이 및 두께, 어깨 너비 및 모양 등에 따라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통해 딥러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긴 얼굴형의 경우 시선을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기장을 끊는 스타일이 어울린다는 내용을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용은 인간의 미적 감각, 시각적 판단이 중요한 영역이라 디지털화가 어렵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퓨처뷰티는 정성적인 부분을 정량화하는 게 목표”라면서 “디지털화를 통해 디자이너 개인의 감에 의존하던 미용의 기준을 만들면 시술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결국 미용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나로그 홍대점 매장 입구에 키오스크가 배치돼 있다. [사진=퓨처뷰티]

업계에서도 주목도가 높다. 나나로그는 신생 브랜드임에도 올해 성수점 디자이너 채용 시 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 유명 미용인들도 나나로그를 직접 방문했고, 최근에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로레알’ 본사에서 나나로그를 둘러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미용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퓨처뷰티는 현재 AI 얼굴형 학습을 마쳤으며 향후 2년 안에는 고객의 두피와 모발, 모질에 따른 맞춤형 시술을 제안하는 학습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맞는 ‘시술 레시피’를 만들어 일반 미용실에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보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박 대표는 “작고 영세한 미용실이 이런 시스템을 통해 좀 더 편하게 일하길 바란다. 고객들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으면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용업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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