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쌍벌제' 비웃는 제약 리베이트...해결방안은 가격 규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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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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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내가 있는 곳은 약 처방이 많지 않아 제약사에서 찾아오지 않지만, 주변에 보면 제약사들에게 이른바 '뽀찌'(뒷돈) 등을 받는 의사들이 많지."

최근 의사 면허를 취득한 한 지인은 '리베이트'의 실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약 처방이 많은 곳의 경우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사나 부수입을 바라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사뿐 아니라 받는 의사·약사들도 처벌 대상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의약업계에서 리베이트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제약 기업들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도입 등을 통해 공정거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조용히 자행되는 것이 바로 '제약 영업 리베이트'다. 업계에선 동일 성분의 경쟁 복제약이 많게는 100개 이상 진입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5년간 리베이트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제약업계가 받은 리베이트 행정처분은 2018년 373건, 2019년 146건, 2020년 0건으로 줄어들다 2021년 79건, 2022년 254건으로 다시 가파르게 늘었다.
 
리베이트 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상품권을 통해 리베이트를 주거나 골프 비용을 각자 계산 후 현금을 페이백 해주는 식이다. 리베이트를 위한 자금 조달은 실제 직원이 아닌 명의만 빌린 '유령 직원'에게 월급 수령 후 현금으로 반납하게 하거나 사원 봉급을 뻥튀기한 후 현금을 제출하게 하는 등 다양하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중견 제약사가 영업사원에게 준 성과급 대부분을 현금으로 인출해 팀장에게 주도록 지시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는데 이것이 결국 해당 제약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울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소아과 전문의는 "신규 개원한 의사나 약사는 자신의 병원이나 약국에서 무슨 약을 쓸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에 집중적으로 리베이트를 주며 관리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 투명성을 위한 선순환 구조.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리베이트 문제를 줄일 수 있을까? 일각에선 불합리한 가격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가격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격경쟁이 작동할 수 없는 실거래가 상환제에서 단순히 제약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리베이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행은 현행 규제체제 아래에서 매우 효과적인 판촉 수단이자 수입원이기 때문에 불합리하거나 비윤리적 관행으로 접근해서는 근절하기 어렵다"면서 "리베이트 발생 원인이 무엇보다 불합리한 약가 규제에 있다면 이를 근절하는 방법 또한 약가 규제의 합리적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제재 강화 중심의 규제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2022 KPBMA 제약바이오산업 윤리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 강화 중심의 규제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국회에서 급여정지 제도를 폐지한 것과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문제를 들고 있다. CSO는 제약기업의 판매촉진 활동을 위탁받은 업체를 말한다.
 
제약기업의 영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들은 의약품의 판매촉진 업무를 CSO에게 위탁했다. CSO는 약사법 등 법령에서 관리되지 않았고 제약기업과 CSO 사이의 위탁 또는 CSO와 CSO 사이의 재위탁에 따라 운영됐다. CSO의 판매촉진 행위는 법령이나 규제기관의 시야에서 파악되지 않았고 음성적 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다분했다. 업계에서는 CSO를 통한 리베이트가 활성화되고 있음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결국 공정경쟁 규약을 통해 시장 투명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즉 규약의 수범자로 ‘자율준수관리자분과위원회’ 등의 활발한 의견 수렴 기능과 규약의 집행자로서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의 능동적 심의·의결 기능이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선순환 구조처럼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공정경쟁 규약은 의약품 시장 투명성을 강하게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실거래가 상환제 등 관련 제도 아래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제재 강화 규제만으로는 리베이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약산업 내부적인 자정 노력, 윤리경영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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