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후폭풍] '판정 무효' 가능한가…고개 젓는 국제중재 전문가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한지 기자
입력 2022-09-01 14: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론스타 판정'에 대해 법무부가 '판정 무효' 신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재판정부의 부패행위 등 절차상 하자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보낸 판정문을 분석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원대(청구액 4.6%)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내라고 결론지었다.

론스타 판정과 관련해 주요 쟁점은 △관할 △금융 △조세 △손해액 등 크게 4가지였다. 중재판정부는 이 중 '금융 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금융 쟁점에서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이익금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되팔았다. 당시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심사 기간 내 승인을 결정하지 않거나 승인을 지연했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매각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것이 권한 밖 행위라고 봤다. 다만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영향도 있다고 보고 론스타 측 책임을 50% 인정했다.

법무부는 정부 주장이 유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금융 쟁점'을 다시 한번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정 무효 신청을 할 수는 있겠지만 ICSID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제 투자 분쟁 절차(ISDS)는 우리 법원을 예로 들면 '항소심'이 아니라 '재심' 성격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국제 중재 전문가들은 말한다.

ICSID 협정 52조 1항의 판정 무효 신청 사유는 △판정부 구성 잘못 △명백하게 권한 일탈 △부패행위 △절차 규정 심각한 위반 △판정문에 이유를 쓰지 않음 등 5가지로 제한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박은영 국내 첫 국제중재법원 독립 중재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6조원이라는 청구 금액에 비해 인용된 금액이 적어 국제중재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다만 "판정 무효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재 기간 10년 동안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다 들여다봐야 하고, 무효 신청 사유가 있는지 심사하는 위원회가 구성된 후에 이 또한 서면, 변론, 증거 제출 등 상당한 자료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 중재와 재판에 능통한 김익태 미국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ICSID가 진행한 사건이 2021년 기준으로 총 355건인데 이 중에서 19건만 취소됐다"며 "판정 무효 신청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지만 법무부로서는 판정 무효 신청을 하지 않았을 때 향후 감사 대상이 될 수가 있어 신청은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