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선거 때 민생 외치더니...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수용 못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나경 기자
입력 2022-08-10 17: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소상공인들, 대형마트 의무휴업 개선 기자회견

  • "대형마트 의무휴업, 골목상권 보루…폐지 논의 당장 멈춰야"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 때나 시장을 방문해 ‘민생경제 회복하고 지역경제 살리겠다’는 얘기만 할 뿐 현실에선 이렇게 소상공인을 죽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계속해서 폐지 논의가 이어진다면 우리도 끝까지 항의하고 싸우겠다.”

소상공인들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관련해 강한 반대 입장을 냈다. 이들은 이미 대형마트가 온라인 시장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휴업까지 폐지하게 되면 소상공인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공연 대회의실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개선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국 100만 상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재난과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대형유통업계는 더 큰 호황을 누린 온라인 시장과의 ‘불평등한 경쟁’을 운운하며 피해자인 양 위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매출액은 각각 전년대비 3.1%, 3.2% 감소하며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인 2020년 대형마트 매출액은 4.2% 상승한 반면 소상공인 매출액은 9.9% 감소했다. 이는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와 달리 온라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격차로 분석된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소공연]

오 회장은 “현재 코로나로 소상공인이 짊어진 부채만 900조 가까이 된다”며 “대형마트 휴무일 및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논의하기 이전에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아직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상공인업계의 피해를 감싸주진 못할망정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여론몰이를 하며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대기업의 독과점과 유통시장 거래질서 왜곡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전국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전국 100만 상인과 함께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덕현 소공연 서울지회 회장 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소상공인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소상공인 보호차원에서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로 제정된 법을 대기업의 입장만 듣고 일방적으로 폐지하겠단 것은 이 모든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대형마트 외에도 소상공인들은 대형 플랫폼들에게 생존권을 박탈당하며 생존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무휴업 폐지는 절대 용납할 수도, 허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 부회장은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놓인 상황에서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논의가 왜 진행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의무휴업 폐지는 있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관련 논의가 진행된다면 전국 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연대해 끝까지 항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6년째 구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김종득 소공연 서울지회 구로지부 회장은 “2000년대부터 이마트 등 골목상권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며 일반 슈퍼마켓 같은 소규모 상인들은 매출 하락세를 겪으며 폐점 위기에 놓였다”며 “그나마 의무휴업 지정으로 숨통이 트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폐지하겠다고 하니 그저 청천벽력 같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진행된 규제 심판회의에 현장 관계자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동식 상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논의한다 해놓고 정작 현장엔 시장 현장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교수들이 대거 참석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1차 회의 이후 온라인 투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관련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시장상인 대부분은 고령자로 온라인 투표를 어려워해 의견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간다면 소상공인은 배제된 채 대기업과 소비자의 의견만을 반영한 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관해 논의를 벌였다. 이어 5일부터 규제정보포털 토론방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의견 수렴은 18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국무조정실은 온라인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2차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쟁점 중심의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소상공인업계는 단체행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만 논의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라도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