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칩4 동맹' 타격 받나···정부, 中 달래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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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8-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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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한국, 칩4 가입은 자살행위" 경고속

  • 尹정부 고위직 中 첫 방문… 외교 시험대

  • 美 협력 땐 363조원 대규모 지원 혜택

  • 삼성 中 공장은 수출 등 경제보복 우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패권 다툼 속에서 위기를 맞았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행보에 동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까지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과 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미국 사이에서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칩4 동맹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면 반도체 판매가 어려워지고, 반면 미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칫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이에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외교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칩4 동맹 가입, 장기전에 유리…美 363조 지원, 공급망 등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처음 중국 방문에 나선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은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과 칩4 동맹(반도체 공급망 대화체) 등이 대표적이다. 칩4 동맹의 경우 미국이 가입 결정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시했고, 일단 한국 정부는 예비회의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향후 미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한국으로 이뤄진 칩4 동맹에 가입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칩4 동맹에 함께할 경우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가 현지 공장 설립에 25% 세액 공제 등 총 2800억 달러(약 363조3000억원) 규모의 칩스법을 통한 대규모 지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상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 장비를 보유한 미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등과 협력 시 향후 반도체 공급망 재편 구조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세계 반도체 산업은 2025년 분업 구조가 전환기를 맞으며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전략적 행보를 종합하면 반도체 산업은 2025년께 다시금 글로벌 분업 구조의 전환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칩스법 관련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승리를 위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역량의 총체적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관건은 中 설득…1위 수출 시장 타격? “외교적 해법 찾아야”
문제는 중국의 반응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잇따라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과 홍콩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행위”라고 경고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1위 수출국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약 168조원) 중 중국으로의 수출은 502억 달러(약 66조원)로 약 39%를 기록했다. 여기에 홍콩에 대한 수출까지 포함하면 약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향 매출이 각각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때처럼 현지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이 경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롯데그룹 등 유통사들은 현지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38%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D램의 44%를 우시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쑤저우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SK하이닉스는 충칭과 다롄에 각각 후공정,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2의 사드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사실상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 및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제한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전에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27일 칩4 동맹 참여와 관련 “칩4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며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구체적인 사항은) 정부나 다른 곳에서 문제들을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 저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칩4 동맹의 자세한 운영 방안은 나온 게 없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말도 사실 없다”며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결국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인 해법을 찾아주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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