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흥국 사장·김덕신 부사장 이어 이영식 부회장 사임
  • 인력 유출 심화에 어수선한 분위기… 직원들 '혼란'
  • 경영 환경도 악화… 원자잿값·물류비 인상에 주택매매 감소
  • 대표 최저임금 수령 등 대응책 마련 나섰지만… 전망 암울

[그래픽=아주경제]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된 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한샘맨’들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퇴사하며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이에 김진태 한샘 대표집행임원은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며 경영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지만, 주가는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영진‧실무진 줄퇴임… 남은 직원들 “뒤숭숭”
4일 한샘에 따르면 이영식 부회장이 지난달 31일부로 퇴임했다. 이 전 부회장은 올해 초 한샘이 IMM PE 품에 안긴 뒤 신임 경영진의 멘토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후 경영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판단하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한샘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은 김 대표 등 신임 경영진의 멘토 역할을 해왔는데 김 대표가 취임한 지 6개월 정도 지나 충분히 적응했다고 보고 사임했다”며 “실무에서는 물러나지만 앞으로 고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1996년 입사해 부흥을 이끈 정통 한샘맨으로 꼽힌다. 2007년 한샘 계열사인 한샘넥서스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으며,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한샘 경영지원실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9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전략기획실장을 겸임하며 한샘 사업 전략을 총괄했다.
 
정통 한샘맨의 퇴임은 IMM PE의 경영권 인수 이후 계속되고 있다. 올 초 강승수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안흥국 사장, 김덕신 부사장, 임창훈 상무 등이 한샘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퇴임하면서 한샘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 이후 안 사장, 김 부사장 등은 지난 6월 30일부로 회사를 떠났다.
 
해당 임원들은 조직의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진 사퇴했다는 게 한샘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IMM PE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신규 임원을 선임하면서 사실상 기존 경영진을 내몰았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 온 이들이 물러나면서 실무 인력도 대거 유출되고 있다. 한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영권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 기준 2491명이던 정규직 직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199명으로 3개월 새 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남은 직원들의 위기의식은 커지고 있다. 특히 안 전 사장의 퇴임으로 동요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안 전 사장은 1990년 한샘 공채로 입사해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난 30여년간 제조, 물류, 구매 등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2005년 이사대우로 임원 자리에 처음 올랐고 2016년 부사장에 오르면서 이사회 사내이사로 발탁됐다. 특히 2017년부터 한샘 리하우스사업을 이끌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리하우스사업본부는 한샘 전체 매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안 전 사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한샘 내부에서는 안 전 사장의 퇴임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믿고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핵심 인사들이 나가며 중간급이나 주니어급 직원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한샘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읽힌다. 최근 한샘 전·현직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에는 “사모펀드에 인수되고 여러 변화를 겪느라 뒤숭숭하다”, “주인 바뀌면서 조직이 혼란스럽다”, “경영진 교체로 어수선하다”, “사모펀드에 매각 후 실무진이 대다수 퇴사했다”, “인재 유출이 심하다” 등의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실적 곤두박질… 주가 14만→5만원대 ‘뚝’
 

한샘 상암 사옥 [사진=한샘]

한샘 내부는 물론 외부 분위기도 삼엄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인상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상당한 데다 주택매매거래량 감소로 가구‧인테리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적과 주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샘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업황은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구‧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2020년 한샘 매출은 3년 만에 2조원대를 회복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지난해 매각을 결정한 것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은 직계자손 중 경영권을 이을 후계자가 없어 그동안 매각 협상을 꾸준히 진행해 왔으나 가격 협상 단계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조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샘의 몸값을 높이면서 1조4500억원에 경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IMM PE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뒤 업황이 악화되면서 한샘 실적은 고꾸라졌다. 지난해 매출은 2조2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81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가 더 오르고, 주택 시장 침체로 가구·인테리어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올해 1분기 한샘 매출은 5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고,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0.2% 급감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한샘 주가는 IMM PE의 경영권 인수가 가시화된 지난해 7월 14일 14만9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들어 6만원 선까지 깨졌으며 이날 종가 기준 5만7300원을 기록했다. 
 
반전 기회 마련할까… 2분기 실적 ‘먹구름’ 전망
새 경영진들은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한샘은 지난 4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공 프로세스 혁신 △고객경험 혁신 △운영 효율 극대화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 등 5대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IMM PE에 인수된 뒤 한샘이 처음 내놓은 경영 청사진으로, 이를 통해 2026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6월엔 △상품 개발 프로세스 개편 △상품 포지션 개편 △브랜드 재구축 등을 3대 축으로 하는 새로운 상품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일관된 콘셉트 없이 홈퍼니싱 상품과 홈리모델링 상품을 각각 개발하는 등 ‘한샘다움’이 부족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올 초 선임된 김 대표는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회사 주가가 10만5000원대를 회복하거나 매출이 전년 대비 10% 오를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하며 위기 극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증시 하락장 속에 여전히 한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당장 실적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경기침체로 인해 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샘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춰 잡고 있다. KB증권은 한샘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 줄어든 5225억원, 영업이익은 77.0% 감소한 64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한샘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주택매매거래량 감소라는 부정적인 시장 환경 속에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부담, 외형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시장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IMM PE 인수 이후 제시된 중장기 경영전략을 펼치기에는 가혹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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