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시장 경쟁 후끈] '200단 고지' 깨지고 나니…삼성전자 이하 '2인자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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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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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32→238단.’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단(段) 쌓기 기록이 불과 3개월 만에 깨지고 있다. 중국 YMTC(양쯔메모리)가 지난 6월 192단 낸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힌 이후 지난달 27일 미국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 양산을 공식화했다. 마이크론이 ‘마의 200단’ 고지를 깨자마자 일주일 만에 ​SK하이닉스는 2일(미국 현지시간) 업계 최고층 238단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낸드 시장의 성장성이 커지면서 점유율 순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격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잇달아 선보이면 기술 경쟁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삼성전자 불 지핀 적층 경쟁···"1000단까지 가능"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238단은 세계 최고층인 동시에 크기가 가장 작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은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Cell)의 층수로, 층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건물 층수 쌓기에 빗대어 '반도체 적층' 경쟁으로 불린다. 다만 층수를 올리는 만큼 셀 영역 높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낮추거나 기존 제품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적층 경쟁은 2013년 삼성전자가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24단 1세대 3차원(3D) V(세로·vertical)낸드를 발표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후 100단 이상 6세대까지는 삼성전자가 항상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128단을 달성했고, 이어 마이크론이 176단을 먼저 달성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176단 7세대 낸드를 주력으로 삼고 '적층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제칠 '256단 낸드' 양산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자신감은 ‘더블스택’ 기술력에서 나온다. 더블스택이란 반도체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통로를 두 개 뚫고, 싱글스택으로 적층 작업을 마친 낸드 두 개를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싱글스택으로 쌓아올릴 수 있는 낸드 층수가 높으면 더블스택을 활용한 낸드 층수도 높일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론이 최근 232단 낸드를 선보이면서 더블스택 기술도 삼성전자만 가진 초격차 기술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Flash Memory Summit) 2022’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4D 기술로 차별화···2위 자리 경쟁 치열


SK하이닉스는 4D(4차원) 기술력을 강조한다. 2018년 96단 낸드를 최초로 양산하며 기존 3D와 다른 구조라는 의미로 4D 낸드라 칭했다. SK하이닉스는 4D 낸드를 만들기 위해 CTF(Charge Trap Flash)와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적용했다. CTF는 기존 기술보다 단위당 셀 면적을 줄이면서 읽기와 쓰기 성능을 높일 수 있다. PUC는 주변부 회로를 셀 회로 하단에 배치해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기존 3D보다 단위당 셀 면적이 줄어들면서도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238단 낸드는 TLC 구조의 4D 낸드다.

일각에서는 1000단까지 기술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만큼 고용량 빅데이터를 소화하는 낸드의 시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0단 이상 낸드 점유율은 올 4분기 0.01%에서 내년 4분기 10.9%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5.5%로 1위, 이어 키옥시아가 19.0%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인텔 낸드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18.1%로 3위였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 마이크론은 각각 12.2%와 11.3%로 4위와 5위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신제품으로 2위인 키옥시아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 1위 수정 안심 못해···'차세대 솔루션' 기술력에 방점


삼성전자도 더는 시장 1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200단 이상 낸드 양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200단 고지를 이미 깼고, 키옥시아와 WDC도 최근 200단 이상 초고적층 낸드 양산에 힘을 합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대거 선보이면서 기술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페타바이트 스토리지는 고성능·고용량·저전력을 요구하는 시장 흐름에 부응하는 차세대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2002년 이후 낸드 시장 1위를 20년째 수성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나 '초격차 기술력'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Flash Memory Summit)'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 최진혁 부사장이 '빅데이터 시대 메모리 혁신(Memory Innovations Navigating the Big Data Era)'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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