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겠다" 심화된 달러 강세, 지속되면 미국·세계 경제 모두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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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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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금리역전·원자재 가격 인상 우려

  • 달러 가치 상승, 미국 기업 수출까지 저해

  • 전문가 "달러 강세 언제 끝날지 기약 없어"

 

미국 달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달러 강세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완화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달러 강세로 기업의 수출 규모가 줄어들고 일부 신흥국가는 부채 증가 등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신흥국 위기 ↑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달러 가치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신흥국의 경제가 위태로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달러 가치는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기존 전망치보다 높은 9.1%를 기록했다. 9.1%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수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게다가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울 때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안전 자산인 달러로 향한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금리가 인상돼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너도 나도 달러를 찾는다. 투자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는 더욱 급격하게 오른다. 그 결과 달러 강세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인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10% 이상 상승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 상승의 결과 달러 대비 엔화는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일대일 가치를 기록하는 패리티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 달러 가치 상승에 일부 국가들은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화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 금리 역전 현상이란 신흥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자본을 빼 미국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중앙은행은 연준과 발맞춰 금리를 올렸다. 지난 13일 캐나다는 기준 금리를 2.5%까지 인상했고 앞으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 중앙은행도 같은 날 199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렸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나 부채 상환이 필요한 국가는 달러 가치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받는다. WP는 "달러 가치 급등은 한국, 태국 등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는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예산에 부담을 주고 에콰도르, 튀니지 등 부채 상환이 필요한 국가에도 부담을 준다"고 보도했다. NYT도 "아르헨티나와 터키와 같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중이 큰 국가들이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와 앙골라, 브라질 등 에너지 수출국가 등은 달러 가치 상승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달러 가치 상승, 미국 기업 수출까지 저해
지금과 같은 과도한 달러 가치 상승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은 총수입의 30%를 해외 사업에서 얻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외 지역에서 수익을 달러로 환산할 때 수입은 줄어든다. 결국 이들 기업이 환율에 따른 손실분을 막기 위해 다른 분야의 지출까지 줄이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달러 강세로 수익이 줄어든 대표적 기업이다. MS는 지난달 달러 강세로 예상 수익이 약 2억5000만 달러 줄었다고 말하면서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 매출의 60%를 창출하는 애플도 달러 강세로 인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 서비스 기업 eToro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벤 레이들러는 달러 강세로 인해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업의 이익이 약 1000억 달러 감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NYT는 "팩트셋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올해 약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는 상당한 영향이다"라고 전했다. 
 
"달러 강세 언제 끝날지 기약 없어"
미국 기업도 이익이 감소하는 수준이지만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맞이했다. 일본은 여전히 엔저 현상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트레비디는 "현재로서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달러화 강세가 끝나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늦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도 "달러 가치가 10% 오른 것과 별개로 달러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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