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없는 '금융범죄' 수사...前 검찰총장·합수단장 4인 4색 솔루션 [금융범죄와의 전쟁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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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신진영 기자
입력 2022-07-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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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전 검찰총장, 문찬석 초대 합수단장, 김영기 전 합수단장, 차상진 금융전문 변호사(왼쪽부터) [사진=아주경제 DB]

검찰이 처리하지 못한 증권·금융범죄 사건이 2000건 넘게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펀드나 가상자산 등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신종 금융범죄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범죄 전문가들은 검찰이 유관기관 간 협력과 국제 수사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증권·금융범죄 사건 접수 건수는 7903건, 같은 기간 처리 건수는 5177건에 그쳤다. 처리하지 못한 증권·금융범죄 사건이 5년간 2726건 쌓인 것이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연도별 증권범죄 접수 처리 현황 [사진=대검찰청]

본지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61·사법연수원 18기)과 증권범죄 시세조종 분야에서 국내 최초 공인전문검사 1급인 블랙벨트 인증을 받은 문찬석 초대 합수단장(61·24기), 자본시장법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영기 전 합수단장(52·30기), 증권·P2P금융 전문 차상진 변호사(38·변호사시험 3회)에게 금융범죄 수사와 관련한 제언을 물었다.
 
펀드·가상자산 사기범죄 폭증 예상
금융범죄 전문가들이 꼽은 최근 눈에 띄는 금융범죄는 '가상자산'과 '펀드' 사기다.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해 고도화된 신사업 비전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불공정거래행위로 자본을 빨아들이는 금융사기 기법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문찬석 초대 합수단장은 지적했다. 문 전 단장은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사기 사건들이 이미 대형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범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기 전 단장은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금융범죄는 단연 대형 펀드 비리"라고 말했다. 이어 "펀드 비리는 구조적으로 피해자들이 많고 피해 규모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펀드와 발행과 자산 운용 과정에서 어떤 사기적 거래가 동원됐는지 엄정히 규명해 업자 등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조언했다.

차상진 변호사도 "가장 눈에 띄는 금융범죄는 가상자산을 포함하면 2조2000억원 정도 피해를 입힌 브이글로벌이 될 것이고, 가상자산을 불포함하면 옵티머스 펀드 사건"이라며 "외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펀드가 있는 반면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매출 자체가 거의 어려워 압도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범죄 수사의 시작과 끝 '자금 흐름 추적'
돈이 목적인 범죄에서는 자금 추적이 수사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검찰은 범죄 단서가 포착되면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추적에 들어간다. 그러나 계좌추적 영장 발부나 부족한 인력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문찬석 전 단장은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절차와 요건이 필요해 과거에 비해 자금 추적이 상당히 더딜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단장도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인력과 시간 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수많은 자금의 갈래를 따라가다가 속된 말로 길을 잃어 자금 추적이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되기 쉽다"고 말했다.

문무일 전 총장은 "자금 추적 기법이 발달할수록 자금 추적을 회피하는 기법도 발달한다"며 "계좌에 있는 돈을 추적당할 것 같으니 그 지점에서 계좌를 통으로 바꾸는 등 회피하거나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등 자금 추적을 요청하기 어려운 국가에 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차상진 변호사는 "거래소는 하나의 지갑에 다수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관리하고 그 안에서 이용자가 보유한 원장만을 관리하고 있고 해외 거래소는 수사 협조가 잘 되지 않아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이 유출됐을 때는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추적은 범죄 규명뿐만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규모 금융 사건이면 더욱이 자금 추적이 결코 쉽지 않은데, 검찰 차원에서 자금 추적 인력과 조직, 기술과 전문성을 지금보다 훨씬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관기관 간 협력과 국제 수사공조 강화해야"
자본시장 범죄는 '치고 빠지는' 특성이 있고, 그래서 적시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금융범죄 수사 강화를 위해 먼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단독으로 금융범죄에 대응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찬석 전 단장은 "금융범죄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한 다수의 공범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범죄"라며 "증거 인멸·공범 간 말 맞추기·도주 등을 막기 위한 신속한 통화내역 조회, 압수수색, 출국금지 등 강제수사가 필요함에도 통상 검찰 이첩 시까지 장기간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증거 소실, 증거인멸, 범인 해외 도피 등으로 증거 확보가 곤란하다"고 수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김영기 전 단장은 "자본시장 범죄는 매우 전문적이기도 한데 검찰의 수사력과 금융 유관기관의 전문성을 한데 모아 수사를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며 "날아가는 금융범죄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검찰과 금융 유관기관 전문부서를 한 몸으로 혼합해 전담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약 9년 전 금융위에 설치된 자본시장조사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대신하기 위해 특사경을 도입했는데 규모가 작아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조사단 폐지와 특사경 규모 확대 개편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수사 공조도 필수적이다. 범죄 증거가 해외에 있으면 여러 가지 법적·물리적 한계로 수사하기가 매우 어렵다. 펀드나 가상자산 사기뿐만 아니라 시세조종 행위 등을 수사할 때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순간 자금 추적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검찰은 오랜 기간 국제수사 공조 체제를 갖추기 위해 애써왔지만 현실적으로 진척된 것은 없었다.

김 전 단장은 "금융범죄 수사에 있어 '실질적인 국가 간 공조'는 매우 절실하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각자 자국 이해가 걸려 있어 쉽지 않을 것이지만 새 정부에서는 좀 더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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