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뒤끝 한방] '김학의 출금 외압' 사건 1년…기소도 징계도 '한 사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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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7-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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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가량이 지났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수사한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이 "제일 중요한 증인"이라고 지목했던 이현철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당시 안양지청장), 배용원 청주지검장(당시 안양지청 차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이 연구위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직접적인 얘기는 듣지 못한 상황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 연구위원이 아닌 윤대진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직접 전화를 해 수사를 하지 말란 말을 했다는 증언도 등장했다. 해당 사건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기획부장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연구위원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했다. 윤 전 기획부장은 징계시효가 지나 아무런 처분 없이 최근 검찰을 떠났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부패부 "감찰 일선청서 판단하시라"…외압으로 알아들은 안양지청
해당 재판에 나온 당시 안양지청 관계자들은 '수사외압'을 받았다는 증언을 했지만, 어떤 형태의 외압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상황이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는 '비위 발생 보고'는 수사를 지휘하는 부서가 아닌 감찰 부서로 보내는 게 맞지 않았느냐는 입장이다. "일선청에서 판단하시라"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당시 안양지청 관계자들은 외압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판을 진행했다. 해당 재판에는 당시 대검 연구관으로 근무한 최모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검사는 2019년 6월 18일 윤모 당시 안양지청 주임 검사에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 검사의 비위 보고서를 받은 인물이다.

최 검사는 "(당시) 대검 타과 과장과 회식을 하고 있는데 밤 9시경 윤 검사에게서 보고서 검토 가능하냐는 전화가 왔다. 회식이라 확인이 힘들어 당장 보고해야 하는 급한 사안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며 "그래서 내일 보고하기로 했는데 (비위 보고서를) 사진 찍어서 보내더라. 지금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배려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 기각·발부 사유는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지만 보고서 전체를 찍어서 문자로 보내주는 경우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재판에 나왔던 윤 검사는 "2019년 6월 19일 오후에 이프로스(검찰 내부망) 쪽지로 최 검사에게 보고서를 보냈는데 업무시간이 끝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 측 변호인은 "윤 검사는 2019년 6월 19일 오후 5시 30분 이프로스 쪽지로 보고서를 보냈다고 주장하는데, 포렌식 결과 보고서가 최종 저장된 시간이 오후 5시 35분이고 증인(최 검사)에게 메신저로 보낸 시간은 증인 기억대로 밤 8시 58분으로 9시경"이라며 "포렌식 결과와 윤 검사가 말하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 검사가 답장을 늦게 한 것이 외압의 일종이 아니냐는 시각이지만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모양새다.

앞서 재판에 나온 김형근 당시 대검 수사지휘과 과장은 "(현직 검사의) 비위 발생 보고는 기본적으로 수사지휘과가 아니라 감찰 부서로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수사지휘과로 보내셔서 일선청에서 판단하시라고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말씀을 드렸다"라고 증언했다. 이 전 지청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과장에게 "이 보고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 등의 말을 들었다며 "더 이상 수사하지 말고 덮으라는 취지가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과장은 "당시 사담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 비위 발생 보고는 감찰부서에 보내야 하니 일선청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렸다"며 "굉장히 오랫동안 통화했는데 '상황 잘 알지 않느냐', '이 부분은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두 마디에 대해서만 (이 전 지청장이) 진술하신 게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두고 본다면 안양지청 관계자들의 증언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대검 지휘부는 예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강원랜드 외압 사건 논란 이후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 등이 문제로 지적되자 수사검사의 이의제기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했다. 그러나 당시 안양지청 관계자들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증인들 입에서 나오는 '윤대진'…검찰, 이성윤만 징계
검찰이 핵심증인으로 지목한 이현철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당시 안양지청장), 배용원 청주지검장(당시 안양지청 차장) 등은 재판에 나와 윤대진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이름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당시 수사 중단과 관련해 윤 전 검찰국장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는 것. 이 전 지청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땐 이 연구위원이 관여돼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으로 지난달 14일 이 연구위원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했다. 검사징계법은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으로 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시효가 도과(경과)될 경우 징계를 청구하지 못한다. 해당 사건이 2019년 6월에 발생했기 때문에 이 연구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징계를 청구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마음에 들지 않는 검사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에서 여러 차례 이름이 거론된 윤 전 검찰국장은 지난 7월 초 검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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